콩대 태운 재에다가 고구마를 넣어 놓으니, 샛노랗게 잘 익은 군고구마가! 이히히, 웃으면서 한 컷 찍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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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먹을거리를 키워 본 것도 처음이고,
그걸 팔아보는 것도 처음인지라...
싱숭생숭 조마조마한 게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고구마가 이쁘게 잘 나와줘야 할텐데, 싶기도 하고,
받은 분들이 맘에 들어해야 할텐데, 싶기도 하고..
다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정신이 바짝 들기도 하고..
암튼 고맙습니다!
고구마 열심히 캐서 보내 드릴께요.
맛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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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주말쯤 고구마를 캘 생각이다.
판매에 앞서 시식을 해 봤다.
두 번쯤 먹어봤는데, 오늘은 사진도 찍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구마를 찍고 싶었는데,
접시에 올려놓고 적당한 빛이 들어오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동안 고구마가 식어버렸다. ㅠ
암튼, 강화속노랑고구마답게 속이 정말 예쁜 노랑색이고... 보들보들 달달하다.
껍질도 분리가 잘 되어서 손에 묻히면서 고생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우리의 생애 첫 고구마, 다정한 고구마.
맛있어서 다행이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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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농사를 짓습니다.
집에서 자전거로 15분,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밭에다가요.
700평 정도 되는 모래땅입니다. 고구마는 모래땅에서 잘 된다고들 하지요.
문제는 멧돼지입니다.
작년에 멧돼지가 왔던 땅이고, 올해도 6월 며칠엔가 일찌감치 다녀갔어요.
3~4월 쉬엄쉬엄 오가며 작년에 걷어내지 않은 비닐을 걷었습니다.
너무 깊이 박혀 있는 비닐은 잘 뽑히지도 않아요.
살살 달래서 길게 뽑아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건드리면 찢어지기 일쑤여서 애를 먹었어요.
(20130404)
비닐 사용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보시다시피 사용했어요.
집에서 꽤 떨어진 밭이라는 점,
제초제나 농약을 쓰지 않은 잡곡밭과 논도 돌봐야 하는데
일할 사람은 우리 둘 뿐이라는 점 등이 작용했지요.
이 곳으로의 정착을 도와주신 어른들의 권유로 하게 된 농사라
의도치 않은 상황들이 여럿 펼쳐져
초반에 여러가지로 맘고생이 심했습니다.
(20130531. 6일차)
고구마가 예쁘게 자리잡았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고구마순이 비실비실하거나 잎이 말라가거나 하는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본 날들이 있었지요.
풀약(제초제)을 쓰지 않아 김매기도 여러 날 동안 했어요. 농활 온 대학생들도 하루 일손을 도왔구요.
지금도 밭에 들를 때마다 조금씩 김매기를 해 주고 있어요.
멧돼지가 예상보다 일찍 다녀가 망연자실 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멧돼지 침입을 막아보려 엄청 애쓰고 있어요.
안 들어오면 정말 고맙겠는데, 어찌될 지 미지수입니다.
고라니는 최소 한 번 이상 들어왔는데 잎을 똑똑 따먹는 정도라
고구마가 줄기를 잘 뻗은 지금 상황에서는 괜찮아요.
(20130714. 50일차)
허수아비는 우리가 빌린 밭에 두 줄만 빌려서 고구마 농사 같이 짓는 O 아저씨와 Y 아주머니가 세웠어요.
밀짚모자 아래 흰 봉지 안에 보이는 검은 물체는 호랑이 플레이어.
멧돼지를 막아보려고 팟캐스트를 틀어놓는데 사이사이 호랑이 소리도 넣어두었어요.
매일 밤마다 가서 설치하고 아침에 가져와서 충전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요.
(20130714. 50일차)
햇빛과 안개가 번갈아 가며 돌보고 있는 다정한 고구마.
잘 자라고 있습니다~
(20130810. 77일차)
멧돼지가 두 번 들러서 고구마를 먹고 갔지만,
지금 와서는 표도 안 납니다.
이 정도 나눠 먹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요.
암튼, 이제 고구마를 캘 일만 남았습니다.
(20131003. 131일차)
밭에 나가 시험삼아 캐 본 다정한 고구마.
똑같이 생긴 것 하나 없이 제각각이지만,
보드랍고 달콤한 강화속노랑고구마 맞답니다~
이제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구나.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고구마 캐기 사전작업 : 고구마 순 치고, 비닐 걷어내기
고구마 쟁기 연결한 경운기로 흙 뒤집기
뒤집어진 흙을 손으로 파헤쳐 고구마 줍기
선별하고 포장해서 배송하기
닷새 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서 80상자 가까이 팔았다.
고구마 순 가격이 워낙 비싼 탓에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100만원도 안 남는다.
허허,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가슴 졸였던 첫 고구마 판매, 어쨌든 미션 완료다.
애썼다. 너도, 나도, 저 밭도.
다정한 고구마를 구입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밭이 비었네.
이렇게 올해가 지나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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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상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시달리며 애써 마음을 비워 놓았다.
비 온 뒤 찾아간 고구마밭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좋은 소식,
고구마가 거의 다 살았어요.
감자와 함께 구황작물로 알려져 있는 고구마, 정말 강한 식물이란 걸 다시금 느낌.
끊어진 줄기 끝에서도 잎이 자랐으니...
앞으로도 잘 커다오.
나쁜 소식,
멧돼지가 다녀갔어요.
이런, 심은 지 얼마나 됐다고... 밑도 안 들었는데 멧돼지가 밭을 헤쳐놓고 가다니...
마침 지나가던 샛멀 할아버지 한 분이 직접 확인하셨으니.... 우리 동네 핫이슈는 당분간 멧돼지 출현일 것이다.
짝꿍과 O 아저씨가 드럼통을 묻어 두었는데, 어찌 될 지.. 지켜보자!
(정말 잡히면 그 멧돼지 어쩔.... 다른 곳에 가 줄래? 사는 데를 알려주면 먹을 것을 갖다줄테니 밭만은 해치지 말아다오, 할 수도 없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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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사흘 연속 내렸고, 대부분의 고구마순은 자리를 잡은 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라 비틀어져 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꽤 많았다.
원래는 어제 땜빵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도 할머니네 고구마 심는 작업을 하고 나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우리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도 할머니를 돕는 일은 분명 잘 한 일이다.
그 집에 갑자기 생긴 안 좋은 일은 둘째 치더라도, 이웃들 일을 도울 수 있을 때 돕는 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니까.
그리고 도 할머니의 판단은 정말 훌륭했다.
비가 이틀 내려 땅이 젖은 상태라 물을 주지 않아도 되었고,
심고서 두 시간쯤 지나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해 고구마순이 자리를 잘 잡을 테니까.
안타까운 건 우리 고구마. ㅠ
아침에 짝꿍이랑 같이 작업하려고 했는데, 잠깐 미적거리는 사이 모내기 준비 때문에 O 아저씨가 오셨고,
고구마 땜빵 작업은 논일에 밀려서 나 혼자 하게 되었다.
비 내린 후라 상태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확연히 구분 되었는데,
생각보다 땜빵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근데 이건 내 느낌일 따름이지, 동네 할머니들 말씀에 따르면 죽었다 살았다 몇 번 하고서 자리를 잡는다니,
그냥 두어도 괜찮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순이 많아서 일단 땜빵을 시작했다.
2시간 쯤 일을 하고 나자, 처음에는 비에 젖어 잘 잡히던 흙이 굳어가면서 손톱이 아플 지경이었고,
땡볕에 여린 순을 옮겨 심기도 애매해서 그만 하기로 했다.
이랑 16개 중 8개의 작업을 마쳤다.
나머지 중에도 말라 비틀어진 순이 많다는 걸 안다.
그것도 다 새 순으로 바꿔주고 싶지만,
동네 아저씨들이 키운 고구마순은 이제 너무 커서 심기에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집에 미리 챙겨둔 순들도 이제 시들어 가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과
일을 할 수 있게 주어진 시간과
적당한 날씨의 조합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게다가 동시에 진행되는 일과 관계들 사이에 마음놓고 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지난 석달 동안 내가 여기 살면서 겪은 어려움은,
결국 섬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립감이 아니었다.
사람 사이에 사는 일,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완전히 다른 이들의 흐름에 어떻게든 적응하는 일.
아직도 진행형이라 판단을 유보하는 부분도 있고, 섣부른 판단이 자신없는 부분도 많다.
아마도 올 한 해는 몸과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간의 연속이겠지.
다행인 것은, 이 섬이 나는 좋다는 것.
땀흘려 밭일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잡곡농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잘 해 보자. 어떻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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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호의로 고구마밭 700평을 빌렸다.
씨고구마도 이웃들이 1차로 심고 난 것을 얻어다 심기로 했다.
말만 들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일을 해 보면, 그 말이 그 뜻이었나... 하는 순간이 온다.
우리가 빌린 밭에는 고구마를 캐기 전에 미처 걷지 못한 비닐이 깊숙이 파묻혀 있다.
이랑은 엄청나게 길고, 비닐을 누르고 있는 흙의 무게는 엄청나게 무겁다.
두 시간 작업에 겨우 이랑 두 개의 비닐을 걷었다.
그마저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개 논농사, 밭농사, 바다그물까지 세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4월부터 10월까지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밭에만 붙어 앉아 김맬 시간 따위는 없다.
그래서 비닐을 쓴다.
일을 해 보면, 어느 누구도 쉽게 비난할 수 없다.
더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된다.
남는 것은,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다.
700평 밭에 둘이서 고구마를 묻는 노동의 강도는 어느 정도가 될까?
해 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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