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할머니들이 콩을 골라 주셨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넷이 했다가, 셋이 했다가, 여섯이 했다가, 넷이 했다가....
상품용 콩을 고르고 - 벌레 먹은 거, 찌글찌글한 거, 상한 거 빼놓기,
자투리를 두부용으로 고르고..
까락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은 콩을 거칠게 체로 쳐서 할머니들 앞에 쌓아 두었을 때..
대체적인 평은 농사가 잘 안 됐다....였다.
콩이 맺힐 때 날씨가 좋지 않았다는 것, 비탈밭이라는 것, 약을 안 쳤다는 것, 등등
할머니들이 나열한 이유는 참 많았다.
꽃필 때, 수정할 때 약을 치라는 조언도 있었다.
힘들게 농사 지어서 벌레한테 다 준 거 아니냐며..
콩을 다 골라내고 난 뒤,
할머니들은 무척 흡족해 하셨다.
잘 골랐다, 고르고 나니 콩이 참 이쁘다, 잘 됐다..
오랜만에 소일거리가 즐거운 것도 같았고,
처음 농사 짓는 젊은 아이들 일을 다같이 도와 끝냈다는 점도 기쁜 듯 싶었다.
콩 고르는 일은, 할머니들께 기쁨을 주는 일이었다.
팔십대 할머니들은 걷는 것은 시원찮아도 앉아서 하는 일엔 선수라는 걸 증명하셨고,
눈이 잘 안 뵈고 귀가 잘 안 들리는 할머니도 미처 못 깐 콩깍지 까는 일로 훌륭하게 역할을 하셨다.
칠십대 할머니들이야 말해 무엇하리.
그 모습을 보는 일은 참 기분 좋았지만, 할머니들 앓아 누울까 걱정도 되고...
옛날 사고방식의 말씀들은 한편으로 듣기 힘들었다.
아무튼 오늘 봉지에 담아보니 2킬로 짜리가 열여덟 개 나왔다. (서말 좀 넘는다고...)
동네에서 팔아주시기로 해서 정말이지 다행이다.
새삼 때문에 뽑아낸 것도 제대로 됐다면... 우왕...
아까운 자투리 콩이 고무대야 한가득 나오자, 할머니들은 두부를 만들자고 하셨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콩을 물에 불려 놓고, 바닷물 떠 놓고..
점심 먹고 치운 다음, 가마솥에 물을 끓여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룻밤 불려둔 콩을 씻은 다음 믹서에 갈기. (껍질을 같이 갈아도 되는데 할머니들은 손으로 주물러 씻어냈다.)
기다란 주머니에 몇 바가지 담아 넣고 주물러 물만 빼내기.
따뜻한 물에다 주머니를 넣어 빨아 콩물을 더 얻어내기.
여러 차례 반복하고 나면, 이렇게 콩비지가 남는다.
비지에다 물 넣고 끓인 다음 김치 썰어넣고 돼지고기 넣어 끓이면 비지찌개가 된다.
콩물만 솥에 넣고 끓이기.
콩물 두어 바가지는 남겨두기.
기포가 올라오고 바르르 떨면서 물이 넘치려고 하면, 남겨둔 콩물을 넣기.
조금 더 끓이다가 바닷물을 천천히 둘러 넣기.
조금 더 끓이다가 바닷물을 한차례 더 넣고 뚜껑 닫기. 약불로 뭉근하게 끓이기.
(콩물은 조심조심 끓다가 한 번에 끓어넘치기 때문에 잘 지켜봐야 한단다.
바닷물을 너무 빨리 넣어도 안 되고, 적당한 속도로 넣어야 두부가 잘 만들어 진단다.)
콩물에 얇은 막이 생기면 두부가 거의 다 됐다는 신호다.
건져서 먹어보면 두부 맛이 난다!
두부는 두부대로 뭉치고, 콩물은 맑아졌을 때... 순두부로 먹으려면 떠서 먹기.
면보에 걸러서 무거운 걸로 누르기.
면보를 펼치면, 두부가!!!!!!!!!!!!!!!!!!!!!
김장 김치랑 양념장이나 젓국장이랑 같이 먹으면 꿀맛~
어제는 여러가지로 마음이 힘들었는데,
오늘은 아주 갠춘하다.
이틀 내내 회관에서 살았으니까,
내일은 좀 살살하자!! 오늘 설거지 세 번 했어!!!
'다정한 일기 > 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4 - 우량고양이 망고 (0) | 2013.12.02 |
---|---|
284 - 들기름 어드벤처 (0) | 2013.12.02 |
275 - 서리태 갈무리 (0) | 2013.11.23 |
275 - 이쁜 밥 (1) | 2013.11.23 |
266 - 팥구왕 이망고 (1) | 2013.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