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농사를 짓습니다.
집에서 자전거로 15분,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밭에다가요.
700평 정도 되는 모래땅입니다. 고구마는 모래땅에서 잘 된다고들 하지요.

문제는 멧돼지입니다.
작년에 멧돼지가 왔던 땅이고, 올해도 6월 며칠엔가 일찌감치 다녀갔어요.

 

3~4월 쉬엄쉬엄 오가며 작년에 걷어내지 않은 비닐을 걷었습니다.
너무 깊이 박혀 있는 비닐은 잘 뽑히지도 않아요.
살살 달래서 길게 뽑아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건드리면 찢어지기 일쑤여서 애를 먹었어요.

(20130404)

 

비닐 사용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보시다시피 사용했어요.
집에서 꽤 떨어진 밭이라는 점,
제초제나 농약을 쓰지 않은 잡곡밭과 논도 돌봐야 하는데
일할 사람은 우리 둘 뿐이라는 점 등이 작용했지요.

이 곳으로의 정착을 도와주신 어른들의 권유로 하게 된 농사라
의도치 않은 상황들이 여럿 펼쳐져
초반에 여러가지로 맘고생이 심했습니다.

(20130531. 6일차)

 

고구마가 예쁘게 자리잡았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고구마순이 비실비실하거나 잎이 말라가거나 하는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본 날들이 있었지요.
풀약(제초제)을 쓰지 않아 김매기도 여러 날 동안 했어요. 농활 온 대학생들도 하루 일손을 도왔구요.
지금도 밭에 들를 때마다 조금씩 김매기를 해 주고 있어요.

멧돼지가 예상보다 일찍 다녀가 망연자실 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멧돼지 침입을 막아보려 엄청 애쓰고 있어요.
안 들어오면 정말 고맙겠는데, 어찌될 지 미지수입니다.

고라니는 최소 한 번 이상 들어왔는데 잎을 똑똑 따먹는 정도라
고구마가 줄기를 잘 뻗은 지금 상황에서는 괜찮아요.

(20130714. 50일차)

 

 

허수아비는 우리가 빌린 밭에 두 줄만 빌려서 고구마 농사 같이 짓는 O 아저씨와 Y 아주머니가 세웠어요.
밀짚모자 아래 흰 봉지 안에 보이는 검은 물체는 호랑이 플레이어.
멧돼지를 막아보려고 팟캐스트를 틀어놓는데 사이사이 호랑이 소리도 넣어두었어요.
매일 밤마다 가서 설치하고 아침에 가져와서 충전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요.

(20130714. 50일차)

 

햇빛과 안개가 번갈아 가며 돌보고 있는 다정한 고구마.

잘 자라고 있습니다~

(20130810. 77일차)

멧돼지가 두 번 들러서 고구마를 먹고 갔지만,
지금 와서는 표도 안 납니다.
이 정도 나눠 먹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요.

암튼, 이제 고구마를 캘 일만 남았습니다.

(20131003. 131일차)

밭에 나가 시험삼아 캐 본 다정한 고구마.

똑같이 생긴 것 하나 없이 제각각이지만,
보드랍고 달콤한 강화속노랑고구마 맞답니다~

이제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구나.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고구마 캐기 사전작업 : 고구마 순 치고, 비닐 걷어내기 

 

 고구마 쟁기 연결한 경운기로 흙 뒤집기

 뒤집어진 흙을 손으로 파헤쳐 고구마 줍기

 

  

선별하고 포장해서 배송하기 

닷새 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서 80상자 가까이 팔았다.
고구마 순 가격이 워낙 비싼 탓에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100만원도 안 남는다.

 

허허,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가슴 졸였던 첫 고구마 판매, 어쨌든 미션 완료다.
애썼다. 너도, 나도, 저 밭도.
다정한 고구마를 구입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밭이 비었네.

 

이렇게 올해가 지나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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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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