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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쓴 거.
요 며칠 피곤했던 일우가 오랜만에 코를 골며 곯아 떨어졌다. 지난 주말엔 후배 결혼식과 모임이 있어 강원도에 다녀왔고, 돌아오자마자 일당벌이로 이틀 간 꽃게잡이 배를 탔고, 어젠 도반소농공동체 추수잔치에 다녀왔으며, 내일은 다시 배를 탄다. 농사로 답을 찾는 일은 멀기만 하고, 이런 말 저런 말 말말말들에 둘러싸여 무척 어지러운 시절이다.
들깨랑 메주콩은 얼추 정리 됏고, 서리태를 털고 있다. 회관 김장 땐 늦잠 자는 바람에 뒷정리랑 할매들 커피 타 드리는 일만 했다. 동네 언니 김장 돕고, 김치 한 통과 배추 열 포기를 얻었다. 서리태 정리되면 한 되 갖다 드려야겠다. 도 할머니, 고 할머니, 유 아주머니 김장 때도 가봐야하는데.
먹고 사는 일 사이사이 사람살이 챙기는 일이 빼곡하게 이어진다. 조금씩, 당연한 일들로 받아들여 가고 있다.
쌀이 도착했다. 톤백 두 자루에서 도정료 제하고, 10킬로짜리 현미 69포, 백미 39포 나왔다. 가격 정하는 일이 참 어렵다. 나의 생존과 너의 생존이, 어떻게 하면 공존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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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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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오면 습관적으로 핸드폰에 뭔가를 쓰고 있다. 오늘도 그렇다.
이번주에는 배에서 꽃게를 잡았고 맛있는 걸 많이 먹었고 도반소농공동체 추수잔치에 다냐왔고 맛있는 걸 많이 먹었고 쌀을 가져왔고 어제는 비가 왔다. 그러더니 오늘은 춥다. 많이 춥다.
2013년 11월 현재 제일 중요한 일은 쌀 판매다.
750kg 톤백 두 자루를 옥림리 정미소에서 도정했다. 현미랑 백미 합해서 10kg 포장지 118개가 나왔다. 도정료(용공)로 7개를 내고 111개가 남았다. 수매한 것 말고 갸인 판매용으로 남길 때는 톤백 더 개 정도는 팔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집에 쌓여있는 쌀 포대를 보니 막막하다. 농민회에서 도정한 것이 아니라서 포장지에 유기농 인증 마크가 안 붙어있는데, 그것도 신경 쓰인다. 택배비도 쌀값도 신경 쓰인다. 엊그제 우리 쌀로 밥을 해 먹었다. 맛있었다. 내가 농사 지은 쌀을 먹는 기쁨은 없고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했다. 건조한 계절을 따라 나도 건조해져 간다.
내년에는 양이 많이 나오게 농사를 잘 지어서 좋은 쌀이지만 싸게 팔아야겠다. 좋은 건 비싸기 때문에 없는 사람들은 사 먹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아내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고 나도 동의한다. 없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사 먹을수 있도록 작물들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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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골 논 두 자리, 약 2,000평
은행나무 앞 논 한 자리, 약 1,800평
집 뒷밭, 약 800평 파란 지붕이 우리집, 화살표를 따라가면 은행나무 앞 논
샛멀 고구마 밭, 약 700평, 아래쪽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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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훗배로 집에 들어왔다. 집에 오니 포비랑 망고가 나랑 아내를 반긴다. 돌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안심이다. 집 = 안심 이다.
강원도 모임에서 형들한테 혼나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역시 강릉에 있었어야 했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나를 지지해 줄 사람들이 있는 곳, 마음이 편한 곳이 강릉이다. 뭐, 내가 지금 볼음도에 살고 있으니 그건 중요하지 않다. 형들한테 혼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내 일에 너무 무심한 것 같다. 좀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어떤 생각으로 귀농한걸까? 귀농의 꿈을 한 번 이루었으니 다른일을 해야하는 걸까? 자신의 삶에 대한 의심은 인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심은 끊이질 않는다.
그런 의심의 한 가운데서 오늘 꽃게 잡이 배를 탔다. ks형이랑은 처음 함께 일했다. 배도 처음 타봤다. 그물을 묶어서 바다에 넣고 꽃게를 따는 일은 재미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내 직업적 결론일까? 여전히 의심이 끊이질 않는다. 내일도 배를 탄다. 11월엔 의심속에 꽃게를 잡을 것이다.
나는 부코우스키가 될지도 몰라. 의심 속에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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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심었다. 위에 볏짚을 덮었다. 잘 자라다오.
서리태를 말리기 시작했다. 많이 나와다오.
P형네 개를 잡았다. 나도 형들도, 동네 어른들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작목반 회의를 했다. 회의 주제는 서울 금호동에 있는 어느 학교에서 하는 일일장터 행사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 행사에 이미 나가겠다고 대답했다는 O형은 그 학교가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도 모르고 그 행사가 정확하게 어떤 행사인지도 모른다. 그 형이 모르니까 당연히 나를 포함한 작목반원들도 모른다. 그런데도 일단은 가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12월 5일인 줄 알았던 날짜도 11월 15일이었다. 답답하다. 아내가 나한테 느끼는 답답함도 이와 비슷한 것일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도 답답한 사람이다.
대충 결론이 난 것 같으면 한 사람, 두 사람 사라지는 분위기지만 회의는 잘 마쳤다.
결국 문제는 이번 행사가 아니라 유기농 쌀의 판매 방법이다. 포장지도 있어야 하고 조금씩이라도 인터넷으로 꾸준히 팔아봐야 하고 쌀도 맛있어야 한다. 지금 내 계획은 2kg, 4kg 포장지를 만들어서 가정용 정미기로 도정해서 일주일에 다섯개 정도만 꾸준히 팔아보는 것이다. 형들이 많이 협조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갈길이 멀다. 멀다. 멀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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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어서 섭섭한데, 낮에 엄청나게 큰 장어를 먹었다. js형이 저수지 물 빼는 곳에서 잡아왔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맛있다. 많이 맛있다. 숯불에 구워 먹었다.
오전에는 양파랑 쪽파를 심고 오후에는 장어 먹은 힘으로 서리태 꺾었다. 잘 안 꺾여서 다 뽑았다. 일단 한 곳에 쌓아 뒀다. 양이 많다. 골라낼 걸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수확량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비닐도 다 벗겼다. 내년에는 밭에 비닐 씌우지 말아야지. 아내는 수수랑 들깨 심었던 자리에 청보리를 뿌렸다. 내일 볏짚 덮어야지.
이렇게 하루가 갔다. 나쁘지 않구만
장어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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