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온다.

 

비가 내리면 주변의 식물들은 어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화단에 가 보니 일일초와 페퍼민트가 눈에 띄게 자랐다.

아무렇게나 심어 둔 강낭콩도 선명한 연둣빛을 내고 있다.

 

텃밭을 둘러 보니 고랑에 물이 고여 있어 걱정이 되는 한편,

해갈하고 있는 작물들이 기분 좋아 보여 나도 흐뭇해진다.

토마토가 쓰러져 있어 일단 돌로 받쳐 놓고 있으려니

강낭콩 싹 올라온 것이 보인다.

참 강하기도 하지.

 

그제 심어 둔 고구마순도 이 비 흠뻑 맞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심을 때부터 살짝 시들어 있는 고구마순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으려니,

일 도와주시던 동네 할머니가 "다 산다, 걱정 마" 하셨다.

 

때 되면 다 올라온다, 걱정 마라.

다 산다, 걱정 마라.

 

걱정 말아야지....

내일 또 걱정거리들이 생겨나겠지만,

내일 또 걱정 말고,

또 걱정하겠지만,

또 걱정 말고..

 

그래야지.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9 - 고구마 땜빵  (1) 2013.05.30
097 - 꽃게 두 망  (2) 2013.05.28
078 - 비온다  (0) 2013.05.09
077 - 동네에서 가장 초라한 텃밭의 주인  (0) 2013.05.08
074 - 한적골 우리논  (0) 2013.05.05
Posted by 니니따
,

생각보다 많이 내리네.

 

아침에 밭에 나갔을 때 날이 흐리긴 했지만,

왠지 흐리기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작물에 물을 주었다.

지난 주에 사다 심은 토마토 모종이 비실거리는 게 건조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진 까닭도 있었다.

 

작물의 성장은 생각보다 느리고,

건강하게 자라기 어려운 이유는 참 많기도 하다.

심을 때 온갖 정성을 들이고, 자랄 때는 저 알아서 자라도록 두라는데..

마음만 앞서고 정성을 어떻게 들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여유가 있다면, 모르는 것투성이인 지금의 상태가 참 즐거울텐데,

자꾸만 심사가 뒤틀린다.

 

내 손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의 가짓수를 줄이고 싶었는데,

오히려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작물 중에는 아주심기 한 다음 뿌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심하게 몸살을 앓는 것들도 있다는데..

나도 그런 것 같다.

아마도...

 

새싹을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제 좀 자란 모습을 보고도 싶어. ㅠ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7 - 꽃게 두 망  (2) 2013.05.28
096 - 비가 온다  (1) 2013.05.27
077 - 동네에서 가장 초라한 텃밭의 주인  (0) 2013.05.08
074 - 한적골 우리논  (0) 2013.05.05
058 - 포비는 요즘  (0) 2013.04.19
Posted by 니니따
,

으로 살고 있다. ㅎ

 

아무 것도 모르는데, 해야겠다거나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만 잔뜩 있다.

 

비닐은 쓰지 않을 테야...

그렇담 풀이든 짚이든 다른 것으로 비닐 멀칭을 대신해야 할텐데, 아무 것도 없다.

수분 유지가 안 되니 물을 좀더 자주 줘야겠고, 풀 억제를 못 하니 김을 좀더 자주 매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러면 되는 걸까? 하아...

 

잡초와 함께 키울 테야...

어떤 적당한 시기에는 없애야 할 것이고, 어떤 적당한 시기가 오면 같이 키워도 될텐데, 아는 게 없으니 기준도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물이 아닌 싹들을 맘내킬 때마다 정리해 줄 뿐.

일하다 보면, 이렇게 다 뽑아내야 하나 고민스러워지고,

그런 마음이 들면 작업을 멈추지만, 다음 날엔 다시 풀을 뽑고 있기를 반복. 하아...

 

살충제를 쓰지 않을 테야...

그렇담 물엿희석액이 됐든 난황유가 됐든, 바로바로 조치를 취해야 할텐데,

갈등하고 미루는 동안, 샛멀에서 얻어 온 호박 모종 10개는 진딧물 밥으로 거의 생을 마감했다. 하아...

 

아직 할 수 있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매일 같이 텃밭에 나가고, 모든 모종과 작물을 빠짐없이 살피고 있다.

내 서툰 손길을, 부디 너그럽게 바라봐 주기를..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6 - 비가 온다  (1) 2013.05.27
078 - 비온다  (0) 2013.05.09
074 - 한적골 우리논  (0) 2013.05.05
058 - 포비는 요즘  (0) 2013.04.19
041 - 채집생활, 자가이발  (0) 2013.04.03
Posted by 니니따
,

 

 

작목반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논을 조금 떼어 주셨다. 하나는 은행나무 앞뜰에 있고, 하나는 한적골에 있다.

크지 않은 섬이라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 유박 뿌리던 날 한적골 우리논에 가 볼 수 있었다.

 

집도 없고 논도 없고 밭도 없고 포크레인도 없고 트랙터도 없고 심지어 트럭도 없는 우리가

이 곳에 살 수 있는 이유는,

 

집도 논도 밭도 포크레인도 트랙터도 트럭도 빌려 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많은 것이 가능하다.

어찌 되었든 고마운 분들이 많다.

 

많이 고맙습니다. 꾸벅.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8 - 비온다  (0) 2013.05.09
077 - 동네에서 가장 초라한 텃밭의 주인  (0) 2013.05.08
058 - 포비는 요즘  (0) 2013.04.19
041 - 채집생활, 자가이발  (0) 2013.04.03
039 - 포비, 우리집 온 지 나흘 째  (1) 2013.04.01
Posted by 니니따
,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7 - 동네에서 가장 초라한 텃밭의 주인  (0) 2013.05.08
074 - 한적골 우리논  (0) 2013.05.05
041 - 채집생활, 자가이발  (0) 2013.04.03
039 - 포비, 우리집 온 지 나흘 째  (1) 2013.04.01
032 - 호미와 괭이  (0) 2013.03.25
Posted by 니니따
,

오늘은 참 많은 일을 했다.

 

아침 배타고 들어오자마자 뒷밭에 가서 냉이 캐고, 산책 갔다가 달래 캐고, 냉이달래 갈무리 해 놓고, - 냉이는 데쳐서 냉동실행, 달래는 달래간장과 달래무침 - 저녁 먹고 나서 쌀뜨물 발효액 만들고, 갑자기 손님 와서 같이 수다 떨고 놀다가, 짝꿍 머리 잘라주고, 메리골드 싹틔운 것 포트에 옮겨 심었다. 헥헥.

 

 

오늘 캔 냉이랑 달래. 많이 캐지는 않았지만, 두 식구 먹을만큼은 된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아저씨네는 작은 양동이 반만큼 냉이를 캐 가더라. 헉.

 

 

짝꿍이 달래를 다듬었다. 너무 이뻐서 '기특해라!' 했더니 나한테 버럭 화를 냈다. 그건 애들한테 할 소리지, 자기랑 나랑은 그런 관계가 아니랜다. 알았어. 화내지마. ㅠ 짝꿍은 시키지 않아도 집안일을 다 알아서 한다. 느무 좋아~

 

일부는 달래간장 만들고 나머지는 달래무침 했다. 맛있었다.

 

생활비 좀 아껴 보겠다고 짝꿍 머리를 직접 깎아줬다. 야심차게 미용가위까지 마련해서 깎았는데, 바가지 머리 됐다. 엄마들이 아가들 머리 깎으면 죄다 바가지 머리가 되는 이유를 알겠다.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사람 같지만, 귀엽다. ㅎ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4 - 한적골 우리논  (0) 2013.05.05
058 - 포비는 요즘  (0) 2013.04.19
039 - 포비, 우리집 온 지 나흘 째  (1) 2013.04.01
032 - 호미와 괭이  (0) 2013.03.25
031 - 짝꿍은 드러워  (0) 2013.03.24
Posted by 니니따
,

 

첫날 아주 많이 울었고, 둘째날 조금 울고 많이 잤고, 셋째날 울지 않고 많이 잤고, 넷째날 울지 않고 많이 놀았고 많이 잤다. 밥을 아주 많이 먹고, 똥을 서너번씩 싼다. 둘째날 새벽에 혼자 깨서 잠투정하던 포비는 그냥 사람 아기 같았다.

올라오고 싶은데 장판이 미끄러워 올라올 수 없어서 깽깽 우는 포비. 하지만 아직 우리를 무서워해서 올려주려고 하면 줄행랑친다.

 

하품하는 포비. 세상의 모든 아가들은 사랑스럽다.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8 - 포비는 요즘  (0) 2013.04.19
041 - 채집생활, 자가이발  (0) 2013.04.03
032 - 호미와 괭이  (0) 2013.03.25
031 - 짝꿍은 드러워  (0) 2013.03.24
024 - 곱게  (1) 2013.03.17
Posted by 니니따
,

호미는 작다. 앉아서 작업한다. 땅을 꼼꼼하게 일구는데 쓴다. 작업 속도가 느리다.

괭이는 크다. 서서 작업한다. 굳은 땅을 갈 때 쓴다. 작업 속도가 빠르다.

 

오늘 감자 이랑 작업하는데, 짝꿍이 괭이로 땅을 갈고 나면 나는 호미로 잡초랑 돌멩이를 캤다.

내가 지렁이를 다섯 번쯤 봤을 때 짝꿍이 말했다.

 

- 여긴 지렁이가 없는 것 같애!

= ??????

 

문득 든 생각.

호미질은 걷는 것과 비슷하고,

괭이질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각자의 쓰임이 다르니, 무엇이 낫다거나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 난 지렁이 열댓 마리에 종류를 알 수 없는 뒤집어진 곤충 몇 마리를 봤다.

지렁이가 나 때문에 볕에 나와 몸부림치고 있으면 바로바로 흙을 덮어줬다.

괭이질을 했다면 몰랐을 일이고, 안 했을 일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나는 호미질을 주로 하겠지만 괭이질에도 익숙해지고 싶다. ㅋ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1 - 채집생활, 자가이발  (0) 2013.04.03
039 - 포비, 우리집 온 지 나흘 째  (1) 2013.04.01
031 - 짝꿍은 드러워  (0) 2013.03.24
024 - 곱게  (1) 2013.03.17
021 - 밥  (0) 2013.03.14
Posted by 니니따
,

짝꿍이 옆에서 뭘 자꾸 우물거린다.

 

- 일우야, 너 뭐 먹어?

 

= 입에 낀 거.

 

아, 드러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39 - 포비, 우리집 온 지 나흘 째  (1) 2013.04.01
032 - 호미와 괭이  (0) 2013.03.25
024 - 곱게  (1) 2013.03.17
021 - 밥  (0) 2013.03.14
020 - 소문, 걱정  (1) 2013.03.13
Posted by 니니따
,

024 - 곱게

다정한 일기/리 2013. 3. 17. 16:43

이런 말을 들었다.

 

일할 때 얼굴 잘 싸매고 해.

썬크림도 바르고.

어디 나가서 저기하면 그렇잖아.

곱게 닳아야지.

 

ㅎㅎㅎ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32 - 호미와 괭이  (0) 2013.03.25
031 - 짝꿍은 드러워  (0) 2013.03.24
021 - 밥  (0) 2013.03.14
020 - 소문, 걱정  (1) 2013.03.13
014_2 - 냉이 캐기  (1) 2013.03.08
Posted by 니니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