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오면 습관적으로 핸드폰에 뭔가를 쓰고 있다. 오늘도 그렇다.

이번주에는 배에서 꽃게를 잡았고 맛있는 걸 많이 먹었고 도반소농공동체 추수잔치에 다냐왔고 맛있는 걸 많이 먹었고 쌀을 가져왔고 어제는 비가 왔다. 그러더니 오늘은 춥다. 많이 춥다.  

2013년 11월 현재 제일 중요한 일은 쌀 판매다.

750kg 톤백 두 자루를 옥림리 정미소에서 도정했다. 현미랑 백미 합해서 10kg 포장지 118개가 나왔다. 도정료(용공)로 7개를 내고 111개가 남았다. 수매한 것 말고 갸인 판매용으로 남길 때는 톤백 더 개 정도는 팔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집에 쌓여있는 쌀 포대를 보니 막막하다. 농민회에서 도정한 것이 아니라서 포장지에 유기농 인증 마크가 안 붙어있는데, 그것도 신경 쓰인다. 택배비도 쌀값도 신경 쓰인다. 엊그제 우리 쌀로 밥을 해 먹었다. 맛있었다. 내가 농사 지은 쌀을 먹는 기쁨은 없고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했다. 건조한 계절을 따라 나도 건조해져 간다.

내년에는 양이 많이 나오게 농사를 잘 지어서 좋은 쌀이지만 싸게 팔아야겠다. 좋은 건 비싸기 때문에 없는 사람들은 사 먹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아내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고 나도 동의한다. 없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사 먹을수 있도록 작물들을 키워야겠다.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4 - 아내  (0) 2013.11.12
263 - 남은 일들  (0) 2013.11.11
259 - 도반소농공동체 추수잔치  (0) 2013.11.07
256 - 우리집, 의심, 배  (0) 2013.11.04
252 - 작목반 회의  (0) 2013.10.31
Posted by 마그리
,
에 다녀왔다. 각자 음식들을 준비해서 푸짐하게 차려 먹고 술도 한 잔씩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올해 수확한 쌀을 가져가는 자리다.

즐거웠다.

내 마음속에는 우리집에서 작목반 형들, 가족들과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빡빡하다보니 그런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 이런때야말로 한해를 돌아보며 무탈하게 농사지은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 형들이랑 술 마실때는 수확제를 대신해서 감사의 마음도 전하고 평소에 안 하던 얘기도 - 불만사항 - 해야겠다. 물론 나도 불만사항을 청취해야겠지.

도반소농공동체에는 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몇 분 있다. 홍 선생님이 나를 보면 자신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우리 고구마를 많이 팔아주신 정 선생님도 오셨댔는데, 얼굴을 몰라서 미처 인사를 못 드렸다. 내색이라도 하셨으면 좋았을텐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다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3 - 남은 일들  (0) 2013.11.11
262 - 쌀판매  (0) 2013.11.10
256 - 우리집, 의심, 배  (0) 2013.11.04
252 - 작목반 회의  (0) 2013.10.31
250 - 장어 먹었다.  (4) 2013.10.29
Posted by 마그리
,

 어제 오훗배로 집에 들어왔다. 집에 오니 포비랑 망고가 나랑 아내를 반긴다. 돌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안심이다. 집 = 안심 이다.

 

 강원도 모임에서 형들한테 혼나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역시 강릉에 있었어야 했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나를 지지해 줄 사람들이 있는 곳, 마음이 편한 곳이 강릉이다. 뭐, 내가 지금 볼음도에 살고 있으니 그건 중요하지 않다. 형들한테 혼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내 일에 너무 무심한 것 같다. 좀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어떤 생각으로 귀농한걸까? 귀농의 꿈을 한 번 이루었으니 다른일을 해야하는 걸까? 자신의 삶에 대한 의심은 인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심은 끊이질 않는다.

 

 그런 의심의 한 가운데서 오늘 꽃게 잡이 배를 탔다. ks형이랑은 처음 함께 일했다. 배도 처음 타봤다. 그물을 묶어서 바다에 넣고 꽃게를 따는 일은 재미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내 직업적 결론일까? 여전히 의심이 끊이질 않는다. 내일도 배를 탄다. 11월엔 의심속에 꽃게를 잡을 것이다.  

 나는 부코우스키가 될지도 몰라. 의심 속에 잠든다.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2 - 쌀판매  (0) 2013.11.10
259 - 도반소농공동체 추수잔치  (0) 2013.11.07
252 - 작목반 회의  (0) 2013.10.31
250 - 장어 먹었다.  (4) 2013.10.29
249 - 콩 고르기  (0) 2013.10.28
Posted by 마그리
,

 마늘을 심었다. 위에 볏짚을 덮었다. 잘 자라다오.

 서리태를 말리기 시작했다. 많이 나와다오.

 P형네 개를 잡았다. 나도 형들도, 동네 어른들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작목반 회의를 했다. 회의 주제는 서울 금호동에 있는 어느 학교에서 하는 일일장터 행사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 행사에 이미 나가겠다고 대답했다는 O형은 그 학교가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도 모르고 그 행사가 정확하게 어떤 행사인지도 모른다. 그 형이 모르니까 당연히 나를 포함한 작목반원들도 모른다. 그런데도 일단은 가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12월 5일인 줄 알았던 날짜도 11월 15일이었다. 답답하다. 아내가 나한테 느끼는 답답함도 이와 비슷한 것일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도 답답한 사람이다.

 대충 결론이 난 것 같으면 한 사람, 두 사람 사라지는 분위기지만 회의는 잘 마쳤다.

 

 결국 문제는 이번 행사가 아니라 유기농 쌀의 판매 방법이다. 포장지도 있어야 하고 조금씩이라도 인터넷으로 꾸준히 팔아봐야 하고 쌀도 맛있어야 한다. 지금 내 계획은 2kg, 4kg 포장지를 만들어서 가정용 정미기로 도정해서 일주일에 다섯개 정도만 꾸준히 팔아보는 것이다. 형들이 많이 협조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갈길이 멀다. 멀다. 멀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9 - 도반소농공동체 추수잔치  (0) 2013.11.07
256 - 우리집, 의심, 배  (0) 2013.11.04
250 - 장어 먹었다.  (4) 2013.10.29
249 - 콩 고르기  (0) 2013.10.28
245 - 포비가 고라니를 잡다.  (3) 2013.10.24
Posted by 마그리
,

 사진이 없어서 섭섭한데, 낮에 엄청나게 큰 장어를 먹었다. js형이 저수지 물 빼는 곳에서 잡아왔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맛있다. 많이 맛있다. 숯불에 구워 먹었다.

 

 오전에는 양파랑 쪽파를 심고 오후에는 장어 먹은 힘으로 서리태 꺾었다. 잘 안 꺾여서 다 뽑았다. 일단 한 곳에 쌓아 뒀다. 양이 많다. 골라낼 걸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수확량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비닐도 다 벗겼다. 내년에는 밭에 비닐 씌우지 말아야지. 아내는 수수랑 들깨 심었던 자리에 청보리를 뿌렸다. 내일 볏짚 덮어야지.

 

 이렇게 하루가 갔다. 나쁘지 않구만

 

 장어 또 먹고 싶다.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6 - 우리집, 의심, 배  (0) 2013.11.04
252 - 작목반 회의  (0) 2013.10.31
249 - 콩 고르기  (0) 2013.10.28
245 - 포비가 고라니를 잡다.  (3) 2013.10.24
231 - 한글날  (0) 2013.10.10
Posted by 마그리
,
지후가 며칠째 메주콩을 고르고 있다. 다른집들은 콩 꺾어와서 이틀 정도면 끝낼일을 우리는 둘이 들러 붙어서도 며칠씩 어리버리한다. 뭐 상관없다. 경험이 붙으면서 우리만의 방법도 생기고 속도도 빨라지겠지.

아직도 다 못 골라낸 깨도 메주콩과 마찬가지 신세다. 두 가지 다 바람부는 날만 기다리는 상태까지는 골랐다. 바람아 불어라. 사랑도 미움도 콩 꼬투리도 훨훨 날려보자.

kj 아주머니가 콩 고르라고 키를 주셨다. - 감사합니다. 키질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해보는거다.
y 이장님이 지금 정도면 서리태 꺾어야 할 것 같다고 집까지 와서 알려주셨다. - 감사합니다.

항상 도움만 받으며 사는것 같다. 뭐 그것도 좋다.

내일은 밭에 볏짚 덮고 양파랑 마늘이랑 청보리랑 심어야지.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2 - 작목반 회의  (0) 2013.10.31
250 - 장어 먹었다.  (4) 2013.10.29
245 - 포비가 고라니를 잡다.  (3) 2013.10.24
231 - 한글날  (0) 2013.10.10
229 - 이런저런  (0) 2013.10.07
Posted by 마그리
,

 

 

콩대 태운 재에다가 고구마를 넣어 놓으니, 샛노랗게 잘 익은 군고구마가! 이히히, 웃으면서 한 컷 찍었다. ㅋㅋㅋ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2 - 바쁘다  (0) 2013.11.10
261 - 망고 어딨니~  (0) 2013.11.10
244 - 메주콩과 기러기  (0) 2013.10.23
237 - 고구마 이바구  (1) 2013.10.16
230 - 주문이 들어온다!!  (0) 2013.10.08
Posted by 니니따
,

 

 

 10월 24일 현재 올해 농사는 서리태 수확만 남겨둔 상태다. 밤마다 고라니 울음 소리 들리고 동네 어른들 말씀이 이때쯤이면 고라니가 콩잎이 아니라 콩을 먹는다고 해서 어제 자기 전에 포비 목줄을 풀어줬다. 농담으로 '고라니 잡아야돼.'라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정말 잡았다. 집을 지나서 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고라니 한 마리가 쓰러져 있고 포비는 목에 마른 피를 묻힌채 나를 보고 꼬리쳤다.

 포비야 잘했어. 오늘도 밤에는 풀어줄게. 고라니는 괜찮지만 옆 집 닭들 물어 죽이면 안된다.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0 - 장어 먹었다.  (4) 2013.10.29
249 - 콩 고르기  (0) 2013.10.28
231 - 한글날  (0) 2013.10.10
229 - 이런저런  (0) 2013.10.07
226 - 체육대회 그 후  (0) 2013.10.04
Posted by 마그리
,

 

 

요즘은 메주콩 콩깍지 까는 게 일이다.

큰 밭에 네 줄 정도 심어서, 양은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콩 터는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냥 하나하나 까는 게 좋다.

따땃한 볕 받으면서, 팟캐스트 들으면서, 사브작 사브작 일하다가 네 시가 좀 넘어가면...

기러기 수십 마리, 어쩌면 수백 마리가 끼룩끼룩 울며 날아온다.

 

기러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가 머리 위를 지나 멀어질 때면,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게 된다.

 

내일도 지나갈거야?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1 - 망고 어딨니~  (0) 2013.11.10
249 - 이히힛, 군고구마  (1) 2013.10.28
237 - 고구마 이바구  (1) 2013.10.16
230 - 주문이 들어온다!!  (0) 2013.10.08
229 - 들깨 타작은 힘들어 ㅠ  (0) 2013.10.07
Posted by 니니따
,

고구마 농사는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

고구마순은 비싸고, 수확량은 적었으니까.

 

굼벵이 피해가 많았다. 동네에서 굼벵이 약을 치지 않은 건 우리 뿐인데, 굼벵이 약 친 집에서도 피해가 많았다 하니...

고구마를 처음 캐 봤는데, 부러지는 것도 많고 손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껍질이 벗겨지니 정말 조심스러웠다.

 

고구마 선별은 정말 어려웠다. 난 포기하고 포장 작업만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흠집 없고 이쁜 걸 받아야 기분이 좋을 텐데, 고구마는 애초에 그게 어려운 작물이더라.

물론 너무 모양에만 신경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크고 고르고 선명한 것들만 찾으면, 생산자들은 온갖 약을 다 써야 한다. 내성이 생길 정도로.

어느 정도는 농부의 마음을 소비자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다.

 

준비한 상자가 너무 약했다. 안 그래도 걱정스러워서 좋은 고구마 상자의 재질을 알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다 구겨진 상자가 배송됐을까봐 속이 무척 상한다.

원래는 강화로 나가려고 했지만... 바람이 불어 배가 안 뜨는 바람에 농활대가 반나절 밖에 일을 못 했고, 일이 늦어져서 주문도 우체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배에서는 고구마 상자를 부려 놓는 상황을 못마땅해 했고.. 상자더미가 불안해 보여 이리저리 옮기려는데 어디선가 "쓰러지면 어쩔 수 없지 뭐"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에서 포장하는 동안에는 바닥 쓸릴까봐 함부로 밀지도 않고 애지중지 다뤘건만, 내 손을 떠나자마자 망가질 운명이었던 거다.

 

남은 고구마들이다. 저녁에 추려 보니, 내다팔 수 있는 것도 다소 섞여 있지만, 대부분은 비상품이다.

저렇게 많은 고구마가 말이다.

어려운 일이다..

 

 고구마 순 치고 비닐 걷고서.

 

 

고구마 다 줍고서.

 

밭이 다 비었다. 비닐 조각 치우러 한 번쯤 들르겠지만, 내년 봄까지는 안녕이다.

고구마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영영 안녕일 수도 있다.

 

고구마 키우느라 애썼어요.

고마웠어요.

하지만 굼벵이는 좀 많이 미워.

 

 

 

'다정한 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9 - 이히힛, 군고구마  (1) 2013.10.28
244 - 메주콩과 기러기  (0) 2013.10.23
230 - 주문이 들어온다!!  (0) 2013.10.08
229 - 들깨 타작은 힘들어 ㅠ  (0) 2013.10.07
226 - 체육대회  (0) 2013.10.04
Posted by 니니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