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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1 111 - 이런저런

57분 교통정보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 시간을 지킨다. 시보는 00으로 끝나기 때문에 제 시간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단 생각이 드는데, 항상 정확하게 57분을 지키는 일은 놀랍게 느껴진다. 나는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가?

o형이 일하는 방식은 이렇다. a부터 z까지 해야할 일이 있다. a를 마치고 b로 b를 마치고 c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a를 마치고 b를 하러 가다가 k가 생각나면 k를 m이 생각나면 m을 한다. a를 하러 가다가도 갑자기 다른일이 떠오르면 다른일을 한다. 이런식으로 먼저 할 일들이 뒷전으로 밀려난다.

o형이 일하는 방식은 또 이렇다. 어떤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반대해도 반대하는 말만 귀로 듣고 그냥 자기 하자는 대로 하고 얼마후에 그 일에 대해서 잊는다.

그러니까 o형은 그때그때 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일을 한다. 아이들이 그렇다고 한다. 한마디로 같이 일하기 힘든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가 좀 힘들다.

이 형이 아침 여섯시에 일 하자고 와서는 왜 아침에 논에 가보지 않냐고 얘기하거나 - 제가 다섯시에 논에 다녀와서 형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게 아니잖아요? - 고구마 모종값을 비싼데 왜 지불했느냐고 얘기할 때는 - 그럼 고구마 모종 사서 다 심고 돈을 주지 말란 말입니까? - 정말 빡친다.

신경 써줘서 고마운 건 고마운거고 빡치는 건 빡치는거다.

세대차이와 지역정서, 개인의 성향까지 세 가지를 맞춰가면서 일 하려니까 힘들다. 이렇게 부닥치면서 접점을 찾고 적응을 하고 삶은 계속되는 것이겠지.

결과적으로 일은 크리티컬 데미지 없이 흘러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농사일은 크리티컬만 맞지 않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어젯밤에는 p형네 그물에 다녀왔다. 물이 빠진 바다 한 가운데서 손님들이랑 밴댕이, 병어를 썰어 먹었다. 지후도 함께 갔다. 집에 오니 12시가 넘었다. 어제는 계획대로 콩도 pot에 넣었다. 결혼 1주년 기념일이 그렇게 흘러갔다.

아내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우리는 이 섬이 좋고 수입이 없는것을 제외하면 생활도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지나고 나면 다 아무것도 아니다. 삶도 죽음도 다 부직없다랑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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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흰색 조뱅이. 흰색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게 다리는 잘라도 다시 돋아 나온다는 사실도 어제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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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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