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3.05.31 100 - 할머니
  2. 2013.05.31 100 - 모내기
  3. 2013.05.30 099 - 고구마 땜빵 1
  4. 2013.05.28 097 - 꽃게 두 망 2
  5. 2013.05.27 096 - 비가 온다. 1
  6. 2013.05.27 096 - 비가 온다 1
  7. 2013.05.26 095 - 구속
  8. 2013.05.25 094 - 고구마 심기
  9. 2013.05.23 092 - 바느질
  10. 2013.05.21 090 - 90일

늘 가는 길들이 생겼다.

길은 미지의 공간으로 이어져 있는데, 내 발걸음은 중간에서 멈추곤 한다.

밭까지만 가니까, 하우스까지만 가니까, 오늘은 힘이 드니까.

 

하우스 고구마에 물 주러 가는 길, 너무 땡볕이라서 시간도 보낼 겸,

늘 멈추던 길의 한 지점에서 다른 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 보았다.

양쪽으로 그리 크지 않은 밭이 여러 개 이어지더니

길 끝으로 모래사장, 갯벌, 그 너머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몸이 너무 작은 할머니.

 

조개더미를 짊어지고 걸어오는 할머니는 허리를 너무 푹 숙인 나머지,

상체와 다리의 각도가 90도도 채 안 되어 보였다.

샛멀에 사시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다 드리기로 했다.

자전거 바구니에 조개를 넣는데, 바퀴가 휘청 돌아갔다.

나일론줄로 짠 가방은 튼튼해 보였지만,

이렇게 무거운 조개더미를 메고 걸어간다면 어깨에 멍이 들 것이 분명했다.

듬성듬성 빠져나간 치아 사이로 자꾸 말이 샜다.

이 섬에서 태어나 여태 살았다는 할머니는,

작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돈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고구마순은 어제보다 더 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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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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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네 모내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 모내기도 된다. 볼음도에서 제일 늦게 시작했다.

심어 놓은 고구마들의 상태도 그렇고 모내기 일정도 그렇고 내 맘 같지 않은 진행이 많고 그것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점점 나아질거라고 믿는다.

지후 말대로 어떤 지역의 정서에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적응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짤방은 이앙기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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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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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사흘 연속 내렸고, 대부분의 고구마순은 자리를 잡은 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라 비틀어져 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꽤 많았다.

 

원래는 어제 땜빵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도 할머니네 고구마 심는 작업을 하고 나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우리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도 할머니를 돕는 일은 분명 잘 한 일이다.

그 집에 갑자기 생긴 안 좋은 일은 둘째 치더라도, 이웃들 일을 도울 수 있을 때 돕는 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니까.

그리고 도 할머니의 판단은 정말 훌륭했다.

비가 이틀 내려 땅이 젖은 상태라 물을 주지 않아도 되었고,

심고서 두 시간쯤 지나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해 고구마순이 자리를 잘 잡을 테니까.

 

안타까운 건 우리 고구마. ㅠ

아침에 짝꿍이랑 같이 작업하려고 했는데, 잠깐 미적거리는 사이 모내기 준비 때문에 O 아저씨가 오셨고,

고구마 땜빵 작업은 논일에 밀려서 나 혼자 하게 되었다.

비 내린 후라 상태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확연히 구분 되었는데,

생각보다 땜빵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근데 이건 내 느낌일 따름이지, 동네 할머니들 말씀에 따르면 죽었다 살았다 몇 번 하고서 자리를 잡는다니,

그냥 두어도 괜찮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순이 많아서 일단 땜빵을 시작했다.

2시간 쯤 일을 하고 나자, 처음에는 비에 젖어 잘 잡히던 흙이 굳어가면서 손톱이 아플 지경이었고,

땡볕에 여린 순을 옮겨 심기도 애매해서 그만 하기로 했다.

이랑 16개 중 8개의 작업을 마쳤다.

나머지 중에도 말라 비틀어진 순이 많다는 걸 안다.

그것도 다 새 순으로 바꿔주고 싶지만,

동네 아저씨들이 키운 고구마순은 이제 너무 커서 심기에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집에 미리 챙겨둔 순들도 이제 시들어 가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과

일을 할 수 있게 주어진 시간과

적당한 날씨의 조합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게다가 동시에 진행되는 일과 관계들 사이에 마음놓고 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지난 석달 동안 내가 여기 살면서 겪은 어려움은,

결국 섬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립감이 아니었다.

사람 사이에 사는 일,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완전히 다른 이들의 흐름에 어떻게든 적응하는 일.

아직도 진행형이라 판단을 유보하는 부분도 있고, 섣부른 판단이 자신없는 부분도 많다.

 

아마도 올 한 해는 몸과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간의 연속이겠지.

다행인 것은, 이 섬이 나는 좋다는 것.

땀흘려 밭일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잡곡농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잘 해 보자. 어떻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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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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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호의로 종종 먹을 것이 생긴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반찬을 주시고,

아저씨들은 숭어, 가재, 꽃게 같은, 아주 싱싱한 해산물을 주신다.

 

반찬을 얻어오는 날은 기분이 아주 좋다.

그냥 바로 먹을 수 있으니까, 요리 안 해도 되니까 입이 째진다.

 

하지만 해산물을 얻은 날은,

솔~직히 말해서,

고마운 마음 한켠에 괴로운 마음이 생기는데...

손질의 어려움과 비린내 때문이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와는 관계없이,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던져지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도 무척 크다. (무라까미 아저씨네 하우스에서 열무를 마저 수확해 온 날도 그랬다. 힘들어 죽겠는데 다듬어야 하는 열무가 산더미.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하루 내팽개쳤더니, 그새 잎이 노래져 반 정도는 퇴비통으로 들어갔다. 미안해 엉엉...)

 

가재를 처음 본 날도 그랬다.

우리 표고버섯 종균 주입하는 날이라 집근처에서 아저씨 여러분이 같이 일하셨고,

오후에 샛멀 죽방새우 아저씨가 가재를 한 망 가져오셨다.

참으로 드실 거라며 소금 두 숟갈 정도 넣고 쪄내 오라고 하는데,

처음 보는 가재를, 어떻게 손질해야 할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징그럽게 생긴 데다, 살아 꿈틀거리는 애들을,

나더러, 어! 쩌! 라! 고!!!!!!!!!!!!!!!!!!!! 

솥에 물을 되는대로 담고 가재를 가득 넣고 소금 두 스푼 넣고, 기어 나오려는 가재들 위로 뚜껑을 덮고 불을 켰다.

속으로 엉엉 울면서, 얘들아, 미안해... ㅠㅠ

 

그 뒤로도 몇 번 가재장 담을 일이 있어 가재는 이제 익숙하지만,

(그래도 손질할 때 목 자르는 일은! 못 하겠다. 몸을 튕기듯이 구부릴 때의 느낌이.. 너무 괴롭다.)

오늘 꽃게 두 망은.....

또 울고 싶었는데 다행히 짝꿍이 다 다듬어 주었다.

(한 번 해보려고 덤비긴 했는데... 껍질이 벗겨진 꽃게가 반으로 갈리는 순간 집게다리를 떨었다. ㅠ)

 

여섯 마리는 꽃게탕 끓이고, 나머지 열댓 마리는 양념게장을 담갔다.

숭어찌개, 숭어조림, 가재찜, 가재장, 가재무침... 이제는 꽃게탕에 양념게장까지. 헐....

 

 

그동안 하나하나 해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난 아무래도 나물 무쳐먹고 김치 담가먹는 게 맘편하고 좋다.

더이상은 안 갖다 주셔도 됩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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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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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아내랑 다퉜다.

 "우리 별로 사이가 안 좋은거 같아. 뭐 하러 같이 사는지 몰라?" 란 소리를 들었다.

 열무 다듬다가 잠깐 기분이 나빴던 그 순간에 사이가 안 좋았던 것 뿐이지. 우리 사이는 좋다.고 생각한다.

 함께 예능을 보면서 기분을 풀고 점심 먹고는 오랫동안 잤다. 몸도 마음도 회복이 필요한 시점에 마침 비가 왔다.

 자고 일어나서는 텃밭 배수로를 수선했다. 나름대로 대공사였다. 비에 흠뻑 젖었다. 남들이 보면 왜 이렇게 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공사를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열무 다듬는 일도 마찬가지다. 할머니들은 왜 그렇게 하느냐고 얘기하겠지만 그 양반들이 대신 다듬어 주지는 않는다. 뭐든 남의 얘기는 참고만 하고 직접 해보고 점점 잘 하게 되는 것이 답이다.

 저녁으로 지후가 만들어준 칼국수 먹었다. 완전 맛있어.

 아내랑 자꾸 다투는 것은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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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가 온다.

 

비가 내리면 주변의 식물들은 어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화단에 가 보니 일일초와 페퍼민트가 눈에 띄게 자랐다.

아무렇게나 심어 둔 강낭콩도 선명한 연둣빛을 내고 있다.

 

텃밭을 둘러 보니 고랑에 물이 고여 있어 걱정이 되는 한편,

해갈하고 있는 작물들이 기분 좋아 보여 나도 흐뭇해진다.

토마토가 쓰러져 있어 일단 돌로 받쳐 놓고 있으려니

강낭콩 싹 올라온 것이 보인다.

참 강하기도 하지.

 

그제 심어 둔 고구마순도 이 비 흠뻑 맞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심을 때부터 살짝 시들어 있는 고구마순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으려니,

일 도와주시던 동네 할머니가 "다 산다, 걱정 마" 하셨다.

 

때 되면 다 올라온다, 걱정 마라.

다 산다, 걱정 마라.

 

걱정 말아야지....

내일 또 걱정거리들이 생겨나겠지만,

내일 또 걱정 말고,

또 걱정하겠지만,

또 걱정 말고..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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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 - 구속

다정한 일기/우 2013. 5. 26. 18:43
오늘 오전에는 o형네 고구마 심었다. 3일 연속으로 새벽부터 고구마를 심었고 어제랑 오늘은 네시 사십분에 일어나서 다섯시에 일 시작했다. 피곤하다. 피곤한데,

m아저씨가 구속됐다. 작년에 동네 사람들 차에 태우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 때문에 계속 재판을 받았더랬는데, 결국 구속됐다.

작은 섬에서 발생한 큰 사건이다. 돌아가신 분의 자녀들이 합의를 해주지 않은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60이 훌쩍넘은 큰 아들을 "아 젠장 육실하게 아는것도 많지." 라고 구박하시던 80대의 노모는 혼자 남겨졌다.

논과 밭은 작목반 차원에서 공동으로 짓는 것으로 결정났다. 그나마 다행이다.




꽃다발 뒤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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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여섯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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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열시 반

고구마 심었다.

y이장님이 새벽부터 고성능 달린 경운기 끌고 와서 끝까지 도와주셨다. - 감사합니다.

o형, js형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다. - 항상 감사합니다.

동네 할머니들 중에 내가 무착 좋아하는 밀 약간 느리게 하시는 할머니가 도와주셨다. - 정말 감사합니다.

노인회장님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초제를 치진 않을거예요.

살충제가 처리된 고구마 모를 키토산 희석액에 담갔다 심었다. 어제 해질녁에 세 시간 정도 볕을 봐서 모들이 약간 시들었다. 본래 그늘에 두면 물에 담가 두지 않아도 이틀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 내년엔 잘 하자.

여덟명이 네 시간 동안 고구마 모 팔천오백개를 심었다. 흙은 따로 덮지 않고 두둑을 덮은 비닐을 밟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제 고구마 친환경 재배법을 검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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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에 걸쳐 입을 수 있는 작업복 바지가 하나다. 꿰맨다는 것이 왠지 귀찮아서 가랑이가 많이 터지고도 한 달을 그냥 입고 다녔는데, 오늘 단단히 꿰맸다. 국민학교 6학년 실과 시간에 바느질 했던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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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하는 도중에 문자왔다. 어제부터 kt전화도 먹통이었다. 섬에 산다는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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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 90일

다정한 일기/우 2013. 5. 21. 21:19

 이사 온지 세 달 지났다. 기분에는 한 십년 산 것 같다.

 아내가 외출하는 날이라 아침에 선창에 나갔다. 쏟아지는 하늘을 봤다.

 집에 와서 여러가지 일을 하려고 했는데, 오후 세 시까지 O형이랑 같이 있었다. O형은 우리 일을 본인 일처럼 해주신다. 그래서일까, 일 하는데 있어서 내가 할 말을 다 못하는 느낌이 있다. 오늘도 일을 했다기 보다는 끌려다니는 느낌이었달까? 둘이 함께 할 일이 아닌데, 자꾸 같이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겨우 헤어져서 내 할일을 했다. 땀을 좀 흘리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올해는 배우고 지켜보는 한 해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야지.하면서도 그게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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