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배에 누워서 찍었다. 저 네모난 창밖으로 갈매기가 한 마리도 지나가고 두 마리도 지나갔다. 강화도에서 볼음도까지는 80분 정도 걸리는데, 버스에서처럼 늘 자다보니 그리 지루하거나 멀다는 생각이 안 든다. 앞으로는 서울에 가려면, 집에서 6시에 나와 1시간을 걸어서 선착장에 나가 7시 배를 타고 8시 반에 외포리에 도착한 다음, 강화터미널에 가서 신촌, 합정으로 가야한다. 흠, 그러니까 집에서 시작하면 4시간쯤? 가지 말아야겠다. ㅋㅋ

첫날은 첫날답게, 걸레질을 많이 했다. 한동안 사람 온기가 없었던 빈집의 보일러는 다시 작동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 방바닥은 냉골이고 공기도 차다. 내일은 손 시리지 않았으면! 전기장판은 무척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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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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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 이사

다정한 일기/우 2013. 2. 22. 22:27

이사했다.


어젯밤에 잠깐 짐을 쌌고 오늘 아침에 잠깐 차에 실었다.


외포리에서 순댓국을 먹었다. 먼저는 무척 맛있었는데, 오늘은 돼지 비린내가 났다. 순댓국을 사먹는 것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먹었다. 이런 각오를 빈번하게 한다.

이삿배를 탔다. 갈매기들이 많이 울었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날고 끼룩끼룩 운다. 내게도 한결같은 뭔가가 있다면 좋겠다.

새주소는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리 385번길이다. 옆집과 우리집 사이에 우물이 있는데, 옆집이 빈집이라 우물은 우리꺼다. 마을분들 얘기로는 그 물이 무척 좋단다. 지금은 이끼가 많이 꼈다. 틈날 때마다 물을 퍼주고 언제 날 잡아서 대대적으로 청소도 해야겠다. 그러고나면 우물물을 먹고 살 수 있다. - 어느 아저씨는 개구리가 오줌을 많이 싸서 좋은 물이라고 했다. -

우리집은 심야전기 보일러로 난방을 하는데, 겨울동안 아무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물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수도가 얼어서 보일러에 물이 안 돌았다. 아저씨들 몇 분이 농협의 젊은 직원을 강제로 설득해서 대형 석유 난로를 우리집에 틀어주셨다. 하루만 틀어 놓으면 다 녹을거라고 하셨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수도가 하나씩 녹기 시작했다. 안마당의 수도, 부엌, 화장실 샤워기, 세탁기 더운물, 세탁기 찬물 순서대로 물이 나왔다. 와 신기하다. 그런데 화장실 물은 아직 안 내려간다. 화장실은 물이 아니라 다른 문제일 수도 있으니 내일 확인해 봐야겠다.

초지리 집은 나무 보일러가 나무를 너무 많이 먹었다. - 그 집의 화목보일러는 아무도 살지 않는 옆 방과 이어져 있다. - 그리고 천정이 너무 높아서 바닥은 따뜻해도 공기는 찼다. 볼음도에 이사온 첫날 우리 부부는 작은 전기장판을 깔고 딱 붙어서 자야한다. 바닥은 따뜻한데, 공기는 차다. 강화도에 와서 너무 춥게만 산다. 따뜻하게 자고 싶다. 역시 겨울보단 여름이다. 난방비 걱정을 안한다.

점심은 교회에서 저녁은 1리 이장님 - 이사용 트럭도 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 댁에서 얻어먹었다. 호의는 그저 호의로 받으며 살아야지. 왜 우리에게 잘 해줄까?를 생각하는 건 좋지 않다. 내일 아침에 교회에 간다. 이장님 내외가 오라고 하셨다. 척사대회(擲柶大會 - 숟가락을 던진다.는 뜻으로 윷놀이 대회를 뜻한다.)를 한다. 왜 우리에게 잘 해줄까?를 생각하는 건 좋지 않다. 호의는 그저 호의로 받아야지.

인터넷을 설치했다. 이런 도서지역에 인터넷이 설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너무 좋아.

지후에게 너무 고맙다. - 지금 추워서 잠바 입고 쪼그린 채 인터넷 하고 있다. -

농협 난로 - 빌려줘서 고맙습니다. 기름값은 갚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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