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중고 스쿠터를 샀다. 주인이 갑자기 쓰러져 한 달 밖에 못 탔다고 한다. 일년 내내 서 있던 거라 손은 봐야 탈 수 있다. 좀더 생각해보려 했는데, 중간에 연락하느라 애쓴 아저씨 얘기에 맘이 약해졌다. 주인 양반과는 통화가 어렵고, 안주인도 일을 나가는지 밤이 되어서야 겨우 통화가 됐단다. 50인가 60 주고 산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장네 주라고 - 전 이장님이 다리를 놔주었다 -  특별히 부탁해 두었다는 얘기. 아무튼 그 스쿠터는, 곧 가져올 자전거와 함께 우리의 발이 되어줄 예정이다.


저녁에는 M 아저씨 댁에 잠깐 들렀는데, 할머니랑 아저씨랑 O 아저씨랑 들깨 하나 심는 데도 의견이 다 달랐다. ㅎ 초복 열흘 전쯤 심어야 웃자라지 않아 거둘 때도 좋다니 그리 해 봐야겠다. 약을 치느냐 마느냐는 토박이들끼리도 말을 섞기 싫은 주제 같았다. 평생 고생하다가 약이 보여준 신천지를 경험한 팔순 할머니의 신념을 무슨 수로... 아무튼 할머니는 < 오자룡이 간다 >를 보시며 다음의 명언을 남기셨다. 


돈이 참 드럽고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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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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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 명언

다정한 일기/우 2013. 2. 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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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아저씨네 갔었다. 아침부터 소주를 한 잔 얻어 먹었다. 돈이 복이 되어 쏟아지라고 사진의 글씨를 적어서 붙여 놓으셨다. 아이디어 쩐다.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겠다는 p형에게 "당뇨도 아닌데 왜 설탕을 안 넣고 그냥 마시냐."는 명언을 남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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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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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음도는 지리상 세 마을로 구분할 수 있다. 선착장 가까이 당아래, 섬 가운데 샛말, 안쪽에 숨은 안말. 짝꿍과 난 안말에서도 거의 끝집에 산다. 그래서 내 이름은 안말 색시, 혹은 새댁이다. 이름이 따로 없는 필부의 삶이 시작되는가 싶어 기분이 묘하다. 아주머니, 할머니들 이름을 여쭤봐야지 싶다.


오전엔 교회에 갔다. 어른이 되고선 처음인데, 자의 반 이하 타의 반 이상이라 고민이 많다. 타의가 반 이상이라지만 결국 한발 들인 것은 내 결정이고,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이 이웃 할머니들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점만큼은 내 마음에도 위안이 된다. 


오후엔 샛말에서 열린 윷놀이 대회에 들렀다. 어제 열린 섬 전체 윷놀이 대회의 축소판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어르신들이 열정적이어서 참 즐거웠다. 막걸리 반 잔에 소주 세 잔쯤 마셨다. 새빨간 전구 같은 얼굴을 하고 돌아다녔다. 적당히 취기 오른 아주머니 한 분이 연신 술을 권하며 이런저런 덕담을 하셨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괜찮아"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눈 오는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는 거야, 다 살아져.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말하고 있었다. 다 괜찮아.


이사온 지 3일짼데 밥을 한 끼도 안 해먹었다. 살면서 다 갚을 일이다. 

이사온 지 3일짼데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웃풍이 심한데다 바닥이 냉골인데도, 물 나오고 전기가 나오니 그럭저럭 살아진다. 


마침 대보름이 낀 주말에 이사를 와 여기저기 끌려다니느라, 정작 가까운 안말 주민들께 인사 드리지 못 한 게 맘에 걸린다. 섭섭해 하시더란 얘길 전해들었다. 내일은 전입신고 하고, 마을회관 가서 점심 얻어먹으며 인사드려야겠다. 빈손이라 좀 그렇다. 얼른 떡해서 대접해야지. 


오늘은 귀여운 요한이와 인사했고, 교회 개 이름이 초코란 걸 알았다. P 이장님댁 개 이름은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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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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