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계신 M아저씨한테 답장이 왔다. 먼저 JS형한테 온 편지를 읽었을 때도 느낀거지만 M아저씨는 글을 참 잘 쓰신다. 60대가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걸까?
함께 일하면서 좋은 햇빛 받으며 웃을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랑 시골일은 시작과 끝이 없다. 항상 시작이고 끝이니 무리하지 말고 놀면서 천천히 일하라는 얘기가 계속 마음속에 빙빙 돈다. 나도 40대가 되면 좋은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12시까지 비가 왔다. 어제 중경제초기에 이상이 생겼는데, 용접을 해야해서 오늘은 논김을 못맸다. 대신 고구마 밭이랑 콩밭에 풀 뽑았다. 지후가 논에 김을 꼭 다 매야 하냐고 물어서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렇지는 않지만 하면 나도 좋고 벼도 기분 좋은 것이다. 고구마 밭도 현 상태에서는 그냥 둬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풀을 뽑고 나면 나도 좋고 고구마 줄기도 기분 좋은 것이다. 그 뿐이다. 지금 정도로 일하는 게 M아저씨가 편지에 언급한 무리하지 않고 쉬면서 하는 정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이제 햇빛 좀 봤으면 좋겠다. M아저씨가 나오셔야 해가 뜨려나?
물론, 이런 날씨가 일하기는 좋지만 몇몇 고춧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팥잎이 누렇게 된 것도 날씨탓이 아닌가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