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 면회

다정한 일기/우 2013. 7. 16. 19:21

 인천구치소에 M아저씨 면회를 갔다. 5명이 갔더랬는데, 면회는 3명까지여서 나는 순번에서 밀렸다. 구치소 대기 창구에 마련된 종이에다(서신이라는 표현을 쓰더군) 편지를 써서 서신함에 넣었다.

 

 

 48년생인 M아저씨는 D할머니의 큰 아들이고 두 분이 함께 사시며 농사를 짓는다. 모내기랑 고구마 심는 일이야 동네 사람들이랑 이렇게 저렇게 마쳤다지만 M아저씨가 얼른 나오셔야 다른 일들도 돌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D할머니가 너무나 외롭다. 지나가다 들러봐야지 생각하면서도 마음처럼 되질 않는다. - 그래도 어제 선창에서 들어오는 길에 D할머니랑 오토바이 함께 타고 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내일 들어갈 때, 떡을 사가야겠다. - 내 생각에 볼음도는 외로움을 대표하는 섬인데, M아저씨의 부재로 인해서 D할머니, JS형이 무척 외롭고 늘 티격태격하던 O형도 무척 심심해 하는 눈치다. 나는 지후랑 함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후가 없었다면 볼음도에 들어오지도 못했겠다.

 

 수인복을 입은 아저씨는 수척해진 얼굴로 동생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의 강직하고 고집있는 모습을 생각했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갇혀 있다는 것은 그런것이다.

 

 다행으로, 아저씨께서 이달 말에는 보석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고 한다. 얼른 나오세요.

 

 구치소 접견 대기 창구는 마치 은행이나 터미널 대합실같은 분위기다. 표를 뽑아서 볼일을 보고 상담창구로 들어가거나 표를 사서 개찰구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구치소 정문에서 출입하는 이들의 신분증만 확인하는 경찰관이나 접견 신청서를 접수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지하철 표를 팔거나 고속도로 톨비를 받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고 정리하는 분들과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내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직업이다. 병원에 가면 아픈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구치소에 가면 갇혀 있는 사람(범죄자?)이 이렇게나 많다니.하고 생각하게 된다. 안에 있는 사람도 밖에 있는 가족도 모두 고생이다.

 

 예전에 영등포 구치소에 아버지 보러 갔던 일이 생각났다. 20살의 나는 아버지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아주 무뚝뚝한 아들이었다. 지금은 그냥 무뚝뚝한 아들이다. 

 

 오훗배가 풍랑으로 결항됐고 서울에 와서 아버지를 만났다. 요즘 아버지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내 이름을 달고 일했던 시절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 무척 애쓰는 중이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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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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