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집뒤에 풀 자르다가 벌집을 건드렸다. 땅벌 20여마리가 낫질 하느라 몸을 굽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머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칼 루이스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갔지만 네 군데 물렸다. 물린 자리는 가렵고, 붓고, 뜨겁다. 이래서, 어른들이 벌초할 때 땅벌 조심하라는 말을 항상 하시나보다.

 

 어제랑 오늘은 상합 잡았다.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영뜰 해변에 경운기 타고 나가시는데, 우리는 부업으로 하는 것이기도 하고 많은 분들과 만나기 싫어서 우리 사는 앞멀(앞마을)에서 가까운 죽바위(뚜꺼비 바위)쪽으로 나갔다. 초심자치고는 꽤 잡았다. 상합 캐기는 특별한 요령보다는 끈기와 체력이 중요하다.

 

 상합을 잡기 위해서는 그레질을 해야한다. 그레는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만들었을 법한 조개캐는 도구다. 그레로 갯벌위를 질질 끌면서 걸어가면 딸깍하고 조개가 걸린다. 그러면 호미로 뻘을 긁어본다. 조개를 확인하고 꺼낸다. 바닷일이 다 힘들지만 그레질도 염전일이나 뱃일만큼 극한직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극한직업이 됐든 뭐가 됐든 올겨울에 밖에 나가서 일자리 구하거나 내년에 P형네 배를 타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려면 상합을 열심히 캐야한다. 아내 말대로 9월, 10월에는 시간 날때마다 나가서 열심히 잡아보자.

 

오늘도 짤방은 망고, 지금은 이때보다 쩜 오배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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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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