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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5 022 - 바다, 그릇
  2. 2013.03.14 021 - 밥
  3. 2013.03.13 020 - 소문, 걱정 1
  4. 2013.03.11 018 - 정리 2
  5. 2013.03.09 016 - 불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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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3.03.08 014_2 - 냉이 캐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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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3.03.07 014 - 개발업자
  10. 2013.03.03 010 - 평화롭고 관대한 짐승 1

 P형이랑 바다에 나갔다. 형수가 주문도에 갈 일이 있어서 내가 형수 대신 갔다. 갯벌에 말장(긴 작대기)을 박는 첫날이었다. 미리 잘 깎아놓은 참나무 12개를 트랙터에 싣고 15분 정도 갯벌을 달려서 목적지에 닿으면 동력 분무기에서 물을 뿜어서 뻘에 구멍을 내고 거기에 말장을 박는다. 뭐 대충 이런식이다. 바다에서 돌아와서는 내일 작업할 45개를 트랙터에 실어 놓고 일을 마쳤다. 형수가 나랑 일하러 가서는 겨우 12개만 작업하고 내일 자기랑 일 할때는 자기를 죽일 셈이냐고 농담을 해서 웃었다. P형이랑 형수는 유머가 있다. 좋다. 

 바다에는 일요일에 또 나가기로 했다.

 

 엊그제 부엌살림을 정리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쓰시던 그릇을 정리해서 안 쓰는 냉장고에 넣었다. 하나 가득이다. 살아간다는 건 그릇이 쌓여가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다

그릇 정리한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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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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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 밥

다정한 일기/리 2013. 3. 14. 18:53

안멀(안말, 내촌, 안쪽마을이란 뜻) 사람들은 농한기에 마을회관에서 밥을 해 먹는다.

10시 반부터 준비해서 11시 반이면 점심을 먹고,

4시 반부터 준비해서 5시 반이면 저녁을 먹는다.

매일 그런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나가 있을 때나 교회 일정이 있을 때는 생략하기도 한다.

 

주로 밥을 준비하는 사람은, 반장님과 킹킹엄마, 유권사님이다.

나는 그분들 곁에서 필요한 양념을 꺼내드리거나 쓰고 난 식기들을 치우거나 하는 식으로 요리를 돕는다. 간재미 튀기기처럼 요리 하나가 통째로 내 몫으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당황스럽기 그지 없지만, "기름 많이 둘러요?" "지금 뒤집어도 돼요?" "튀긴 거 어디에 놔요?" 여쭤보면서 그럭저럭 해내고 있다. 어깨 너머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효소 담그기부터 숭어 토막내기까지 별별 정보들을 보고 듣고 있다.

 

메뉴는 엄청나다. 밥과 국 기본에 반찬은 대여섯 가지가 된다.

오늘 점심엔 밥과 냉이감자국, 오이김치, 묵무침, 냉이무침, 우거지조림, 배추김치, 어묵볶음을,

저녁엔 밥과 미역국, 삼치숭어조림, 멸치호두볶음, 우거지조림, 배추김치, 어묵볶음을 먹었다.

누룽지도 거의 빠지지 않는데 참 구수하고 맛있다.

 

나는 요리를 돕고 난 다음, 상 펴고 수저 놓고 반찬 담아 놓는다.

누군가 밥을 푸면 밥을 나르고,

누군가 국을 푸면 국을 나른다.

내가 할 때도 있고 다른 이가 할 때도 있다.

 

다 먹고 나면 상을 치우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한다.

상을 치우고, 라 함은.... 잔반을 버리고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상을 닦고 다시 접어넣는 일을 말한다.

설거지와 뒷정리, 라 함은.... 모든 식기와 요리를 위한 기구들을 세제에 묻혀 씻어내고 -  보통 15명 정도가 함께 식사하기 때문에, 수저 15벌, 밥그릇 국그릇 합쳐서 30~35개, 반찬그릇 25~30개, 소주잔 5개, 커피잔 10개 정도 된다 - 수채통에 든 음식찌꺼기를 음식물쓰레기통에 담고 - 퇴비장에 버리는 것은 주로 할머니들이 하신다 - 큰그릇을 마른 행주로 닦아 제자리에 넣고, 설거지통을 닦고, 수세미를 빨고, 싱크대 전체를 행주로 훔치고, 행주를 빨아 너는 일을 말한다.

 

식사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대개 2시간이 걸린다.

준비에 1시간, 먹고 치우는데 1시간.

 

며칠 안 해서 그런 건지, 아님 공부방에서 상차리고 먹고 치우기를 매일 같이 해서 그런지,

그다지 힘들거나 하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외려 보고 듣는 게 많아서 즐거운 편이다.

쑥 효소 얘기하다가 먹기엔 그렇고 불피우기엔 적당한 쑥 얘기로 이어졌는데, 한 할머니가 그런 쑥 갖고 있다 하셔서 "저도 좀 주세요" 했더니 갖다 주시겠단다. 어젠 파 한 단이랑 빻은 마늘 한 통도 얻었다.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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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할머니들 사이에서 우리가 '부부 범죄자'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거다.

근거는 세 가지다.

 

1. 차가 없다.

2. 아이가 없다.

3. 부모가 방문하지 않는다.

 

너무 웃겨서 깔깔 웃었다.

차 없는 거랑 범죄자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차가 없어서 불편한 게 참말로 많지만, 차없이 버틸 때까지는 버텨볼 참인데.

아이와 부모님은 때 되면 오시겠지, 뭐. ㅎ

 

주변 이웃들이 짝꿍을 만나면, 내가 섬 생활을 심심해 하지 않는지 묻는 모양이다.

우울증 걸리지 않게 잘 해주라는 조언도 들었다고 한다.

섬까지 살러 따라오는 아내가 어디 있냐고, 신기해 한다고도 들었다.

 

일단, 나는 그냥 짝꿍을 쫄래쫄래 따라온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같이 결정해서 움직인 것일 뿐.

그리고 나는 안 심심하다.

공부할 것도 많고, 처음 하는 일들이 모두 재미있다.

게다가 인터넷도 되는데 무슨 걱정이람.

회관에서 밥 준비 돕고 상차림 하고 밥먹고 설겆이 하고,

오후에 날 좋으면 나가서 일하고 아님 집안일 하고,

저녁에 책 읽고 웹서핑 하면서 공부하고 이런저런 계획세우고

밀린 예능이나 드라마 한두 가지 보고 나면 하루가 그렇게 짧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물론, 이사온 지 한 달도 안 된데다 여긴 아직 농번기라 자만할 일은 아니지만..

주문도도 가 봐야 하고, 아차도도 가 봐야 하고, 나들길도 걸어보고, 동네산도 올라봐야 하니...

적어도 올 한 해는 지루할 일 없지 않을까.

 

아무튼 걱정해 주는 마음들은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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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 정리

다정한 일기/우 2013. 3. 11. 18:44

 집 안팎으로 정리할 것이 많다. 마음에도 안팎이 있는 것 같은 요즘이다.

 지후가 아침배로 서울에 갔다. 월요일 아침의 선착장은 사람들로 넘실거렸다. 그래봐야 20명도 안 됐으려나? 오토바이 뒤에 탄 지후가 장갑을 낀 손으로 내 귀를 감싸줬다. 심정적으로 따뜻한 이런 순간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혼자 돌아오는 길은 엄청 추웠다. 몸을 녹이려 잠깐 눈을 붙이면서 오늘은 뭘 할까. 생각했다.

 눈 뜨자마자 화장실에 갔다. 그 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화장실 변기에 수도연결을 했다. 왠일인지 성공했다. 오늘 탄력 받는 날이구나 싶어서 부엌에 3구짜리 콘센트를 갈았다. 그리곤 이사오던 날부터 눈엣가시였던 큰방에 있는 2구짜리 콘센트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덜렁거리는 통에 전기선을 마음 놓고 빼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단기를 내리고 전선을 끊을까 하다가 그냥 끊었는데, 전기가 나갔다. 차단기는 안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병상에 누워있는 영일군이다. 카톡으로 물어봤다. 차단기 내리고 전선 끊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면서, 퓨즈가 나갔을거라고 했다. 지난 가을에 고향인 볼음도로 이사온 M형한테 물어봤더니 상세하게 퓨즈 위치까지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그러던 중간에 자동차 검사 때문에 선창 앞에 다녀왔다. 괴산에 가 있는 O형이 2.5t 덤프 검사를 내게 맡겼다. 운전석 쪽 문짝이 떨어져나간 차다. 내가 차를 끌고 가니 미리 나와 있던 동네 형들이 30년 전에 타던 차다. 그게 굴러 가느냐.며 말을 걸었다. 선창에 동네 차들이 잔뜩 모여서 검사를 받는 모습은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급하게 나오느라 검사비를 안 가져왔는데, P형이 빌려줬다.    

 다음은 오토바이다. 이번주에 꼭 해야할 두 가지가 오토바이를 제대로 손보는 것과 현관문 고리 새로 다는 것이다. 엔진 오일을 사러 농협에 갔다가 C이장님을 만났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봐주신다고 했다. 이장님 댁에 가는 길에 K형도 합류했다. 일단 오일을 교체했다. 앞바퀴에 바람이 슬슬 빠진다고 했더니 물에 담가서 빵꾸난 곳을 찾고 지렁이 - tire seal(USA) - 로 때워주셨다. 자 이제 오토바이는 배터리만 새걸로 바꾸면 된다.  

 이런일들을 다 내가 혼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늘 잠자코 집중해서 잘 봤으니까 이제 혼자도 할 수 있겠지.

 영일군, M형, 이장님, K형, P형 아무튼 감사합니다. 여기저기에 고마운 일들이 많다. 그런 삶을 살고 있다.  

 

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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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뒤에 밭이 있다. 한 삼 년 묵었다. 사람이 오래 안 살다보니 고라니들이 집 근처까지 내려와서 활동을 했다. 집 뒤에 풀을 치우는데, 고라니 똥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갈퀴로 긁어낼 건 긁어내고 손으로 뽑아야 되는 건 뽑아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러모아 태웠다. 저녁 먹고 한 번 나가봐야지 했는데, 저녁 먹자마자 손님이 찾아왔다. 의용소방대 아저씨다. 연기가 나서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아마 그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나는 한 번 나가 봐야지 했던 생각을 잊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불이 날 뻔 했다.

 강릉에서는 화목 보일러 재를 퇴비장에 버렸는데, 불이 100% 꺼지지 않은 것을 버려서 불이 날 뻔 했고, 작년에는 화목 보일러에 있던 큰 나무를 다시 화구에 넣는 것을 잊어서 집 다 태워 먹을 뻔 했다.

 나는 불조심을 하지 않는다. 이래선 안된다. 아내 말을 잘 듣고 항상 안전에 유의하자. 포항에서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봤다. 그리고 이런 일로 동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지후가 일을 한다. 꼼꼼하게 잘 한다. 어제도 놀랐지만 오늘도 놀랐다. 나는 듬성듬성 한다. 히힛

 

 지후가 일을 한다.

 내가 일을 한다.

  밥 먹기 전에 이랬는데, 밥 먹고 나니까 가지 쌓아둔 곳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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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을 정리했다. 드디어 쓰레기 드럼통 안의 쓰레기가 다 탔다. 못이랑 쇳덩이, 은박지는 건져내고 재는 집 잎 묵은 논 자리에 - 오래 묵어서 미나리 꽝이 됐단다. - 버렸다. 집 안도 정리할 것이 많은데, 집 주변을 정리해야 뭐라도 심을테니, 집안 정리는 비 오는 날 해야겠다.

아내가 오이랑 꽃 심을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완전 깔끔해. 지후는 깔끔하다.

p형네 갔다. 작부 계획이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후의 걱정을 얘기했더니, 할머니들이 뭐 안 심어? 하고 물어보면 그때 그거 심으면 된다고 쿨하게 알려주셨다. 그런것도 좋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힐링 캠프를 봤다. 한석규가 어머니와 낚시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하면서 직업적 성취감이 주는 행복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왠지 기억에 남는다.



꽃밭 자리.



푸른 풀이 올라오기 전에 겨울을 품은 풀들을 긁어모아 태운다. 내일도 모레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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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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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는 이렇게 캔다.

먼저, 캘 냉이를 정한다. (돌 바로 아래 냉이!)

 

목표한 냉이 양옆으로 호미질 한 번씩!

 

냉이를 살짝 잡고,

 

쑥 뽑는다.

 

뿌리째 쏙 뽑히고 난 자리. 휑 하니 비었다~

 

냉이 캐기의 달인인 할머니들은 "콕 콕 쑥"이지만, 나는 "콕 콕 코 ㅋㅋ 쑤 쑥"인 경우가 많았다.

 

보통 냉이를 캐 보면 이렇게 흙이 많이 묻어 있다.

 

이 경우, 냉이를 호미에 톡톡 치면 흙이 잘 떨어진다. 호미로 흙을 콕콕 찍어 털어내고 있었더니, 할머니 한 분이 가르쳐주셨다.

 

흙이 떨어진 상태. 초점이 바닥에 맞긴 했지만...

빈 소쿠리에서 시작해서,

 

이만큼 캤다. 2/3 정도?

 

냉이는, 물로 빡빡 씻어서 흙을 씻어내야 한다(꽤 여러 번, 꽤 오래). 시든 이파리도 떼어내야 해서 다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 다듬은 후엔, 끓는 물에 소금 한 숟갈 넣고 데쳐서(두어 번 뒤적이면 OK) 냉동실에 얼려둔다. 냉이된장국이나 냉이무침이 아주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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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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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의 강아지 두 마리. 정말로 외롭고 심심한 아이들이다. 가까이만 다가가도 폴짝폴짝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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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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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이장님네 갔다가 김포에서 사업을 하는데, 볼음도에 밭을 2,000평 샀다는 사람을 만났다. K장로님도 함께 있었다. K장로님은 김포 한강 신도시랑 인천의 아파트들이 미분양돼서 국가적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면서 자기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나는 이 양반이 돼도 않는 소리를 왜 하실까 생각했다. 볼음도의 본인 땅 팔아서 미분양 단지에 아파트 비싸게 사셨나보다. 

 김포에서 사업 한다는 사람은 아파트 값은 더 내려도 상관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건물도 짓고 사업 좀 해보려고 하는데, 볼음도에 규제가 너무 많다는 불평을 했다. 이 양반은 아파트로 투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기 입장 속에서 산다. K장로님은 자기네 산이 높은 건물을 올리기에 좋으니 구입할 생각 있으면 얘기하라고 했다. 개발업자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시골에서 흔히 있는 개발업자와 땅 주인간의 대화였을까?

 볼음도에는 아무런 사업도 들어오지 않고 관광객도 지금만큼만 있는 것이 더 좋은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많은 관광객을 원하고 있다.   

 

 C 이장님이 시금치 씨를 주셨다. - 감사합니다. 내일 뿌릴게요. -

 마을회관에서 저녁을 먹었다. K형이 간재미를 사오셔서 간재미 회를 먹었다. 맛있었다. - 잘 먹었습니다. -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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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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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다. 굴 캔 다음날 홍대에서 친구들이랑 놀았고, 돌아와선 냉이 캤다.


그 사이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배 타러 외포리 가는 길에 차가 심하게 막혔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여기 볼 게 뭐 있다고 이렇게 몰려드는 거야?" 하며 툴툴거렸다. 버스에서 우리 동네 K 할머니를 만나 같이 걸어갔는다. 할머니는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어릴 적 조선어 책에서 배운 글귀를 기억하고 있었다. 참 인상적인 문장들이었는데, '평화롭고 관대한 짐승' 부분만 기억이 난다.

 

교회 밥당번이 우리 동네 할머니들이어서 설거지를 거들었다. 대략 80명쯤 식사를 했다. 원래 멤버 한 분이 자리를 비웠는데, 그 자리를 내가 메워서 참 다행이었던 모양이다. 베테랑들 틈에서 열심히 움직였다. 마을회관에서는 점심 저녁을 다 해 드시는데, 앞으로는 별일 없으면 가서 상차림과 설거지, 뒷정리를 해야 한다. 식사 인원은 15명~20명 정도. 매일매일 명절을 치르는 느낌일까? 내가 요리를 하는 건 아니라서 사실 그리 힘들지는 않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겠지.

 

또래들과 어울려 일하며 살다가, 이렇게 다른 세대들에 둘러싸여 살게 되었다. 젊고 어리니까 보살핌을 받기도 하고, 내가 해야할 일들도 많다.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오후엔 냉이를 캤다. 할머니들 걸음으로 10분 쯤 가니 밭이 하나 나오고, 그 밭에 들어가니 냉이가 지천이었다. 호미로 냉이 양옆의 흙을 긁어내고, 냉이를 뿌리까지 힘껏 뽑아낸 다음, 호미에 툭툭 쳐서 흙을 떨어내면 된다. 한 소쿠리 캤다. 할머니가 던져주신 냉이 한움큼까지 보태서. 나보다 40년, 50년은 더 산 할머니들이랑 냉이를 캤다. 뭔가 신기하고도 뭉클한 일이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말투가 거칠고 직설적이어서 무섭기도 하지만, 이야기하시는 거 귀동냥하고 있으면 너무 재밌다. "오늘 죽어도 아쉬울 거 없어"하는 말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정말 그럴 것 같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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