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 정리

다정한 일기/우 2013. 3. 11. 18:44

 집 안팎으로 정리할 것이 많다. 마음에도 안팎이 있는 것 같은 요즘이다.

 지후가 아침배로 서울에 갔다. 월요일 아침의 선착장은 사람들로 넘실거렸다. 그래봐야 20명도 안 됐으려나? 오토바이 뒤에 탄 지후가 장갑을 낀 손으로 내 귀를 감싸줬다. 심정적으로 따뜻한 이런 순간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혼자 돌아오는 길은 엄청 추웠다. 몸을 녹이려 잠깐 눈을 붙이면서 오늘은 뭘 할까. 생각했다.

 눈 뜨자마자 화장실에 갔다. 그 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화장실 변기에 수도연결을 했다. 왠일인지 성공했다. 오늘 탄력 받는 날이구나 싶어서 부엌에 3구짜리 콘센트를 갈았다. 그리곤 이사오던 날부터 눈엣가시였던 큰방에 있는 2구짜리 콘센트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덜렁거리는 통에 전기선을 마음 놓고 빼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단기를 내리고 전선을 끊을까 하다가 그냥 끊었는데, 전기가 나갔다. 차단기는 안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병상에 누워있는 영일군이다. 카톡으로 물어봤다. 차단기 내리고 전선 끊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면서, 퓨즈가 나갔을거라고 했다. 지난 가을에 고향인 볼음도로 이사온 M형한테 물어봤더니 상세하게 퓨즈 위치까지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그러던 중간에 자동차 검사 때문에 선창 앞에 다녀왔다. 괴산에 가 있는 O형이 2.5t 덤프 검사를 내게 맡겼다. 운전석 쪽 문짝이 떨어져나간 차다. 내가 차를 끌고 가니 미리 나와 있던 동네 형들이 30년 전에 타던 차다. 그게 굴러 가느냐.며 말을 걸었다. 선창에 동네 차들이 잔뜩 모여서 검사를 받는 모습은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급하게 나오느라 검사비를 안 가져왔는데, P형이 빌려줬다.    

 다음은 오토바이다. 이번주에 꼭 해야할 두 가지가 오토바이를 제대로 손보는 것과 현관문 고리 새로 다는 것이다. 엔진 오일을 사러 농협에 갔다가 C이장님을 만났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봐주신다고 했다. 이장님 댁에 가는 길에 K형도 합류했다. 일단 오일을 교체했다. 앞바퀴에 바람이 슬슬 빠진다고 했더니 물에 담가서 빵꾸난 곳을 찾고 지렁이 - tire seal(USA) - 로 때워주셨다. 자 이제 오토바이는 배터리만 새걸로 바꾸면 된다.  

 이런일들을 다 내가 혼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늘 잠자코 집중해서 잘 봤으니까 이제 혼자도 할 수 있겠지.

 영일군, M형, 이장님, K형, P형 아무튼 감사합니다. 여기저기에 고마운 일들이 많다. 그런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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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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