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음도는 지리상 세 마을로 구분할 수 있다. 선착장 가까이 당아래, 섬 가운데 샛말, 안쪽에 숨은 안말. 짝꿍과 난 안말에서도 거의 끝집에 산다. 그래서 내 이름은 안말 색시, 혹은 새댁이다. 이름이 따로 없는 필부의 삶이 시작되는가 싶어 기분이 묘하다. 아주머니, 할머니들 이름을 여쭤봐야지 싶다.


오전엔 교회에 갔다. 어른이 되고선 처음인데, 자의 반 이하 타의 반 이상이라 고민이 많다. 타의가 반 이상이라지만 결국 한발 들인 것은 내 결정이고,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이 이웃 할머니들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점만큼은 내 마음에도 위안이 된다. 


오후엔 샛말에서 열린 윷놀이 대회에 들렀다. 어제 열린 섬 전체 윷놀이 대회의 축소판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어르신들이 열정적이어서 참 즐거웠다. 막걸리 반 잔에 소주 세 잔쯤 마셨다. 새빨간 전구 같은 얼굴을 하고 돌아다녔다. 적당히 취기 오른 아주머니 한 분이 연신 술을 권하며 이런저런 덕담을 하셨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괜찮아"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눈 오는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는 거야, 다 살아져.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말하고 있었다. 다 괜찮아.


이사온 지 3일짼데 밥을 한 끼도 안 해먹었다. 살면서 다 갚을 일이다. 

이사온 지 3일짼데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웃풍이 심한데다 바닥이 냉골인데도, 물 나오고 전기가 나오니 그럭저럭 살아진다. 


마침 대보름이 낀 주말에 이사를 와 여기저기 끌려다니느라, 정작 가까운 안말 주민들께 인사 드리지 못 한 게 맘에 걸린다. 섭섭해 하시더란 얘길 전해들었다. 내일은 전입신고 하고, 마을회관 가서 점심 얻어먹으며 인사드려야겠다. 빈손이라 좀 그렇다. 얼른 떡해서 대접해야지. 


오늘은 귀여운 요한이와 인사했고, 교회 개 이름이 초코란 걸 알았다. P 이장님댁 개 이름은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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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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