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묵은 밭이라 풀이 많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떠난 뒤로 밭자리는 노루 놀이터였는데, 사람이 다시 살게 되었으니 그에 맞게 정리하는 중이다. 노루한테는 미안하게 됐다. 마른 풀을 한데 그러모아 불을 놓았다. 어제도 했는데, 아침에 회관에 가니 할머니 한 분이 '봄불은 여우불'이라며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불이 기세좋게 탔다. 붕붕 무서운 소리를 냈다. 꺼진 듯하다가도 다시 타오르고, 또 타오르는 모양이 걱정되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몰랐는데, 밭에 불을 놓으려면 의용소방대원이 와 있어야 한단다. 저녁에 신고 들어왔다며 한 분이 다녀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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