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밭에 EM을 줬다. 콩이랑 팥에도 EM을 줬다. 꼭 줘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사둔 것과 얻어온 것이 있어서 그냥 줬다. 고구마 밭에서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했다. 우리밭에는 다시 안 오는 줄 알았는데, EM 덕분에 알았다. 직파한 흰콩에 최근에 고라니가 다녀간 것도 직파한 서리태 잎에는 벌레 먹은 구멍들이 많다는 것도 EM 덕분에 알았다. 비닐 씌우고 육묘해서 키운 녀석들은 큰 문제 없어보인다.

 

 한적골 윗논에 물이 말랐다. 드렁허리가 구멍을 낸 것은 아닌듯한데, 이유를 모르겠다. 원래 잘 마르는 논이라 물을 많이 잡으라는 조언을 올초에 듣긴 했었다. 논 세 배미 중에 가장 잘 된 자리기 때문에 물관리를 잘 하고 싶다. 내일 낫들고 가서 논두렁 풀 깎으면서 어디 구멍난 곳은 없는지 자세히 봐야겠다.

 

 논이든 밭이든 꾸준히 다니면서 지켜봐야 잘되고 있는 것도 잘못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작물을 심어 키우는 데 있어서 내년에는 이렇게는 하고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오늘은 마을에서 개국을 먹었다. 맛있었다. 회관 뒤에서 기르던 외로운 강아지 두 마리가 나와 동네 어른들의 여름나기 희생양이 됐다. 개국 먹고는 망둥이 낚시 갔었다. 먼저 세 마리 잡았었는데, 오늘은 다섯 마리 잡았다. 다음에는 20마리 잡아야지.

 

 어디에 어떻게 파느냐도 문제지만 일단은 별탈 없이 잘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일매일 논밭으로 다니면서 고구마에 돼지가 들어오지 않기를, 들깨에 나방이 들러붙지 않기를, 콩과 팥과 수수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도지는 낼 수 있는 양의 쌀을 수확하기를 바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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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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