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 일진

다정한 일기/우 2013. 8. 17. 09:13

 



눈병이 났다.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그때부터 오른쪽 눈이 붉그죽죽하다.

뒷머리에 빵꾸가 났다. 엊그제 아내가 머리를 잘라줬다.

데스크탑도 병이났다. 며칠전에 전기가 갑자기 나갔었는데, 그때 온보드 vga가 명을 다하셨다.

어제 오후에 농수로에 물 돌린다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황급히 물꼬 막아놓고 배에 올라탔다. 안과는 문을 닫았다. 컴퓨터 가게에 갔더니 그래픽 카드 꼽아주는 값 칠만원을 부르더니 모델명도 알려주지 않는다. 불친절하다. 그냥 나왔다. 컴퓨터 괜히 들고 나왔다. 온수리에서 밥을 먹을랬는데, 문을 닫은 곳이 많았고 우리가 들어간 식당은 밥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쌈 만원 적힌 좌판에서 만원어치 달라고 했더니 자꾸 이만원어치 사가라고 했다.

아침에 변기가 막혔다. 잠깐의 판단 착오로 물이 살짝 넘쳤다. 라면을 끓여 먹을랬는데, 물이 끓다가 가스가 다 됐다. 전기 플레이트를 찾느라 시간을 소비했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버스 안에서는 어떤놈이 바닥에 뱉은 껌 밟았다.

눈병, 뒷통수, 컴퓨터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도 제대로 처리한 것이 없다. 왠지 꾸역꾸역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얼른 집에 가서 포비, 망고랑 놀고 김장밭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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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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