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에 밭이 있다. 한 삼 년 묵었다. 사람이 오래 안 살다보니 고라니들이 집 근처까지 내려와서 활동을 했다. 집 뒤에 풀을 치우는데, 고라니 똥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갈퀴로 긁어낼 건 긁어내고 손으로 뽑아야 되는 건 뽑아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러모아 태웠다. 저녁 먹고 한 번 나가봐야지 했는데, 저녁 먹자마자 손님이 찾아왔다. 의용소방대 아저씨다. 연기가 나서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아마 그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나는 한 번 나가 봐야지 했던 생각을 잊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불이 날 뻔 했다.

 강릉에서는 화목 보일러 재를 퇴비장에 버렸는데, 불이 100% 꺼지지 않은 것을 버려서 불이 날 뻔 했고, 작년에는 화목 보일러에 있던 큰 나무를 다시 화구에 넣는 것을 잊어서 집 다 태워 먹을 뻔 했다.

 나는 불조심을 하지 않는다. 이래선 안된다. 아내 말을 잘 듣고 항상 안전에 유의하자. 포항에서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봤다. 그리고 이런 일로 동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지후가 일을 한다. 꼼꼼하게 잘 한다. 어제도 놀랐지만 오늘도 놀랐다. 나는 듬성듬성 한다. 히힛

 

 지후가 일을 한다.

 내가 일을 한다.

  밥 먹기 전에 이랬는데, 밥 먹고 나니까 가지 쌓아둔 곳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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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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