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뒷밭에 갔다. 콩 심어 놓고는 매일 논에 가기전에 뒷밭부터 확인한다. 새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오디가 익어가는 때라 그런가보다. 하고 짐작만 하고 있다. 포비 똥 누이려고 목줄을 잡고 밭에 올랐다. 고라니 한 마리가 놀라서 그물 안 쪽에서 못 튀어나갔다. 개 목줄을 놓았다. 포비가 고라니 쪽으로 튀었다. 고라니가 160cm 높이의 그물을 도움닫기도 없이 우습게 뛰어 넘었다.

고라니는 오이랑 고추를 잘라 먹었다. 콩은 건드리면 안되는데. 한 번 들어 왔으니 또 들어올터인데 나는 아무런 방비도 없이 읍내에 가는 배를 탔다.

아침의 선창은 항상 흥성흥성하다. 물에 걸린 병어, 밴댕이를 배에 실어 보내려고 가져온 아저씨들과 백합 조개, 소라를 갖고 나온 할머니, 아주머니들에 오늘은 볼음도의 유일한 선장님인 ks형네 배까지 더해졌다. 아저씨들은 논에 김이 많네 적네, 요즘 밴댕이가 잘 걸리네 안걸리네 하는 얘기를 한다. 나도 아저씨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그들과 아무런 이해관계에도 얽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거리감이 좋다. 이 거리가 유지되어야 모든일이 나 할탓이고 내탓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고라니들을 어쩐다? 내가 오늘 저걸 먹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울타리는 얼마든지 뛰어 넘을 수 있단 사실을 알았다. 내가 어떻게 그네들을 말릴 수 있단 말인가?



오늘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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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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