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무진장 덥다.
하지만 우리로써는 본격적인 노동의 계절이다.
뒷밭에 드디어 잡곡을 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수, 흰콩, 검은콩, 기장, 팥 등을 심고 있거나 심을 예정이다.
오전일하고 점심 먹고 나서 눈 붙이고 오후일 한다.
8시간쯤 일하는 것 같은데, 대부분의 시간이 땡볕이니 고되긴 하다.
고랑에 앉아서 일했더니 이어폰줄도 흙빛이 되었다.
땀을 줄줄 흘리면서 일하다가 바람이라도 한 줄기 지나갈 때면 어찌나 시원한지.
오늘은 우리 동네 개 잡은 날.
회관으로 갔더니 여섯 상이나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들어갔다. 바쁜 사람에 대한 할머니들의 배려다.)
회관 강아지들은 아니고, 사 온 개를 잡았다고 했다.
여기 분들은 보신탕을 '개국'이라고 한다.
한달 만에 모두 모여 식사하는 날,
오랜만에 보는 내 얼굴에 할머니들이 이것저것 묻고 또 당부하신다.
고구마밭 풀약은 줬냐.
아침에 일찍 일하고, 땡볕에서는 절대 일하지 마라.
친정어머니가 (일하는 거) 보면은 당장 데려가고 싶을 거다, 어린 것이 저 고생이니.
종일 밭에 앉아 있는 거 보는데 내가 다 가슴이 아퍼.
올해 한 번 해 보고, 내년엔 집어쳐. 그거 하다 골병 드는 거야.
육모초(익모초) 잎을 우유랑 같이 갈아서 먹으면 일사병 예방에 좋다는 사실도 알았고,
갓 담근 김치도 한 통 얻었다.
잠도 달게 자고 기운 돌아왔으니 이제 팥 심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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