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적응하는 일은 금방 끝났다.

이제는 섬을 탐험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대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일에 적응하는 것은, 몇 년이 걸릴 지 모를 일이다.

 

물론 모두에게 적응할 생각은 없다. 그게 가능한 일도 아니고.

나는 보통 70대 이상 어르신들 앞에서는 말 잘 듣는 젊은이가 된다.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말고 충고도 듣고 꾸중도 듣고 칭찬도 듣고, 잠자코 듣거나 '네'라는 답만 한다.

심적이든 물리적이든 거리가 있는 5~60대 앞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좀더 가까이 지내는 5~60대나 이하 세대 앞에서는 본래의 내가 된다.

나를 그다지 숨기지 않는 데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요, 당신은 어떤가요, 우리 잘 지내봅시다, 

대강 이런 뜻이 숨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15~20년 연상의 아저씨들 앞에서 언성을 높여가며 열성을 다해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토론도 건다.

 

그런데 어제의 술자리에는 실수를 했다. 

가면을 써야 하는 자리였는데, 가까운 분들이 함께 하는 바람에 마음이 풀어졌다.

나는 그렇다.

젊은 사람은 자고로 어른들 말씀을 들어야지, 거기에 토 다는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께는, 그 분의 마음이 편해지는 쪽으로.

나도 다 겪었고 시골생활은 그러하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내 말의 의도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요, 라고 아무리 말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싶은 분께는, 역시 그 분 마음이 가는 쪽으로.

귀농에 성공하는 길은, 하우스 재배를 기반으로 하는 특작의 대가가 되고 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펜션을 운영하는 거라고 그것 밖에 없는 것처럼 말하는 분들께도, 그 분들 마음에 와닿는 답을.

(저는 그런 데 관심없어요, 삶의 방식은 다양한 거니까요.... 라는 말을 함으로써 - 물론 불퉁스럽게 말한 건 아니었다! -  뭔가 호의를 가지고 말을 건네준 상대가 무안해 하면서 스스로를 방어하느라 나를 공격하려는 태도로 바뀌는 것을 굳이 볼 필요는 없잖아.)

 

그 분들은, 그 분들 나름의 살아온 역사가 있고, 그것이 그들의 생각을 만들었고, 그들이 믿는 바가 있고 그들의 방식이 있고 나와는 다를 뿐이다. 아쉬운 점은, 나는 '당신과 나는 다르다'라고 했을 뿐인데, 대개 내가 '당신은 틀렸어'라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방어적으로 변하고, 나를 공격하게 되고... 나는 또 이게 뭐냐, 관두자 싶어지고... 반성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내 태도가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겠구나 하는 점. 어쩌면 내 안의 깊은 곳에서는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 나를 들여다 보고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모든 대화에서 진심으로 상대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것. 순간순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잊으면 또 되새기고, 또 되새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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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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