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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3.03.08 014_2 - 냉이 캐기 1
  4. 2013.03.07 014 - 외로운 회관 강아지들 1
  5. 2013.03.03 010 - 평화롭고 관대한 짐승 1
  6. 2013.02.28 006 - 굴 캐기의 어려움
  7. 2013.02.26 004 - 할머니의 명언
  8. 2013.02.24 003 - 샛말 윷놀이
  9. 2013.02.23 002 - 윷놀이 대회
  10. 2013.02.22 001 - 이사 2

021 - 밥

다정한 일기/리 2013. 3. 14. 18:53

안멀(안말, 내촌, 안쪽마을이란 뜻) 사람들은 농한기에 마을회관에서 밥을 해 먹는다.

10시 반부터 준비해서 11시 반이면 점심을 먹고,

4시 반부터 준비해서 5시 반이면 저녁을 먹는다.

매일 그런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나가 있을 때나 교회 일정이 있을 때는 생략하기도 한다.

 

주로 밥을 준비하는 사람은, 반장님과 킹킹엄마, 유권사님이다.

나는 그분들 곁에서 필요한 양념을 꺼내드리거나 쓰고 난 식기들을 치우거나 하는 식으로 요리를 돕는다. 간재미 튀기기처럼 요리 하나가 통째로 내 몫으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당황스럽기 그지 없지만, "기름 많이 둘러요?" "지금 뒤집어도 돼요?" "튀긴 거 어디에 놔요?" 여쭤보면서 그럭저럭 해내고 있다. 어깨 너머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효소 담그기부터 숭어 토막내기까지 별별 정보들을 보고 듣고 있다.

 

메뉴는 엄청나다. 밥과 국 기본에 반찬은 대여섯 가지가 된다.

오늘 점심엔 밥과 냉이감자국, 오이김치, 묵무침, 냉이무침, 우거지조림, 배추김치, 어묵볶음을,

저녁엔 밥과 미역국, 삼치숭어조림, 멸치호두볶음, 우거지조림, 배추김치, 어묵볶음을 먹었다.

누룽지도 거의 빠지지 않는데 참 구수하고 맛있다.

 

나는 요리를 돕고 난 다음, 상 펴고 수저 놓고 반찬 담아 놓는다.

누군가 밥을 푸면 밥을 나르고,

누군가 국을 푸면 국을 나른다.

내가 할 때도 있고 다른 이가 할 때도 있다.

 

다 먹고 나면 상을 치우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한다.

상을 치우고, 라 함은.... 잔반을 버리고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상을 닦고 다시 접어넣는 일을 말한다.

설거지와 뒷정리, 라 함은.... 모든 식기와 요리를 위한 기구들을 세제에 묻혀 씻어내고 -  보통 15명 정도가 함께 식사하기 때문에, 수저 15벌, 밥그릇 국그릇 합쳐서 30~35개, 반찬그릇 25~30개, 소주잔 5개, 커피잔 10개 정도 된다 - 수채통에 든 음식찌꺼기를 음식물쓰레기통에 담고 - 퇴비장에 버리는 것은 주로 할머니들이 하신다 - 큰그릇을 마른 행주로 닦아 제자리에 넣고, 설거지통을 닦고, 수세미를 빨고, 싱크대 전체를 행주로 훔치고, 행주를 빨아 너는 일을 말한다.

 

식사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대개 2시간이 걸린다.

준비에 1시간, 먹고 치우는데 1시간.

 

며칠 안 해서 그런 건지, 아님 공부방에서 상차리고 먹고 치우기를 매일 같이 해서 그런지,

그다지 힘들거나 하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외려 보고 듣는 게 많아서 즐거운 편이다.

쑥 효소 얘기하다가 먹기엔 그렇고 불피우기엔 적당한 쑥 얘기로 이어졌는데, 한 할머니가 그런 쑥 갖고 있다 하셔서 "저도 좀 주세요" 했더니 갖다 주시겠단다. 어젠 파 한 단이랑 빻은 마늘 한 통도 얻었다.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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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할머니들 사이에서 우리가 '부부 범죄자'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거다.

근거는 세 가지다.

 

1. 차가 없다.

2. 아이가 없다.

3. 부모가 방문하지 않는다.

 

너무 웃겨서 깔깔 웃었다.

차 없는 거랑 범죄자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차가 없어서 불편한 게 참말로 많지만, 차없이 버틸 때까지는 버텨볼 참인데.

아이와 부모님은 때 되면 오시겠지, 뭐. ㅎ

 

주변 이웃들이 짝꿍을 만나면, 내가 섬 생활을 심심해 하지 않는지 묻는 모양이다.

우울증 걸리지 않게 잘 해주라는 조언도 들었다고 한다.

섬까지 살러 따라오는 아내가 어디 있냐고, 신기해 한다고도 들었다.

 

일단, 나는 그냥 짝꿍을 쫄래쫄래 따라온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같이 결정해서 움직인 것일 뿐.

그리고 나는 안 심심하다.

공부할 것도 많고, 처음 하는 일들이 모두 재미있다.

게다가 인터넷도 되는데 무슨 걱정이람.

회관에서 밥 준비 돕고 상차림 하고 밥먹고 설겆이 하고,

오후에 날 좋으면 나가서 일하고 아님 집안일 하고,

저녁에 책 읽고 웹서핑 하면서 공부하고 이런저런 계획세우고

밀린 예능이나 드라마 한두 가지 보고 나면 하루가 그렇게 짧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물론, 이사온 지 한 달도 안 된데다 여긴 아직 농번기라 자만할 일은 아니지만..

주문도도 가 봐야 하고, 아차도도 가 봐야 하고, 나들길도 걸어보고, 동네산도 올라봐야 하니...

적어도 올 한 해는 지루할 일 없지 않을까.

 

아무튼 걱정해 주는 마음들은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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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는 이렇게 캔다.

먼저, 캘 냉이를 정한다. (돌 바로 아래 냉이!)

 

목표한 냉이 양옆으로 호미질 한 번씩!

 

냉이를 살짝 잡고,

 

쑥 뽑는다.

 

뿌리째 쏙 뽑히고 난 자리. 휑 하니 비었다~

 

냉이 캐기의 달인인 할머니들은 "콕 콕 쑥"이지만, 나는 "콕 콕 코 ㅋㅋ 쑤 쑥"인 경우가 많았다.

 

보통 냉이를 캐 보면 이렇게 흙이 많이 묻어 있다.

 

이 경우, 냉이를 호미에 톡톡 치면 흙이 잘 떨어진다. 호미로 흙을 콕콕 찍어 털어내고 있었더니, 할머니 한 분이 가르쳐주셨다.

 

흙이 떨어진 상태. 초점이 바닥에 맞긴 했지만...

빈 소쿠리에서 시작해서,

 

이만큼 캤다. 2/3 정도?

 

냉이는, 물로 빡빡 씻어서 흙을 씻어내야 한다(꽤 여러 번, 꽤 오래). 시든 이파리도 떼어내야 해서 다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 다듬은 후엔, 끓는 물에 소금 한 숟갈 넣고 데쳐서(두어 번 뒤적이면 OK) 냉동실에 얼려둔다. 냉이된장국이나 냉이무침이 아주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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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의 강아지 두 마리. 정말로 외롭고 심심한 아이들이다. 가까이만 다가가도 폴짝폴짝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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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다. 굴 캔 다음날 홍대에서 친구들이랑 놀았고, 돌아와선 냉이 캤다.


그 사이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배 타러 외포리 가는 길에 차가 심하게 막혔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여기 볼 게 뭐 있다고 이렇게 몰려드는 거야?" 하며 툴툴거렸다. 버스에서 우리 동네 K 할머니를 만나 같이 걸어갔는다. 할머니는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어릴 적 조선어 책에서 배운 글귀를 기억하고 있었다. 참 인상적인 문장들이었는데, '평화롭고 관대한 짐승' 부분만 기억이 난다.

 

교회 밥당번이 우리 동네 할머니들이어서 설거지를 거들었다. 대략 80명쯤 식사를 했다. 원래 멤버 한 분이 자리를 비웠는데, 그 자리를 내가 메워서 참 다행이었던 모양이다. 베테랑들 틈에서 열심히 움직였다. 마을회관에서는 점심 저녁을 다 해 드시는데, 앞으로는 별일 없으면 가서 상차림과 설거지, 뒷정리를 해야 한다. 식사 인원은 15명~20명 정도. 매일매일 명절을 치르는 느낌일까? 내가 요리를 하는 건 아니라서 사실 그리 힘들지는 않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겠지.

 

또래들과 어울려 일하며 살다가, 이렇게 다른 세대들에 둘러싸여 살게 되었다. 젊고 어리니까 보살핌을 받기도 하고, 내가 해야할 일들도 많다.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오후엔 냉이를 캤다. 할머니들 걸음으로 10분 쯤 가니 밭이 하나 나오고, 그 밭에 들어가니 냉이가 지천이었다. 호미로 냉이 양옆의 흙을 긁어내고, 냉이를 뿌리까지 힘껏 뽑아낸 다음, 호미에 툭툭 쳐서 흙을 떨어내면 된다. 한 소쿠리 캤다. 할머니가 던져주신 냉이 한움큼까지 보태서. 나보다 40년, 50년은 더 산 할머니들이랑 냉이를 캤다. 뭔가 신기하고도 뭉클한 일이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말투가 거칠고 직설적이어서 무섭기도 하지만, 이야기하시는 거 귀동냥하고 있으면 너무 재밌다. "오늘 죽어도 아쉬울 거 없어"하는 말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정말 그럴 것 같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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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주머니들과 산길을 걸어 굴 캐러 다녀왔다. 사방천지 굴이었다. '죄'라는 도구로 껍질을 열고 알맹이를 긁어내면 되는데, 꽤 기술을 요하는 일이라 나는 떨어진 굴을 껍질째 주웠다.

배가 못 뜰 정도로 안개가 짙은 날이었는데, 해가 비칠 땐 덥더니 이내 바람이 불고 추워졌다. 옹송그리고 굴을 줍고 있노라니 B 아주머니가 춥냐며 그만 들어가자고 하셨다. 열 시쯤 출발했는데 내가 아니었다면 다섯 시까지 일하셨을 거다. 한번 나오면 점심도 건너뛰고 굴만 캔다셨다. 추위에도 익숙해지고 쪼그리는데도 익숙해져야 하는 일.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힘들어도 참고 해 온 일이다.

굴 캐는 곳까진 15-20분 정도 걸리는데, 도깨비가 나온다 하여 베테랑 할머니도 혼자서는 못 가신단다. 도깨비라니, 참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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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중고 스쿠터를 샀다. 주인이 갑자기 쓰러져 한 달 밖에 못 탔다고 한다. 일년 내내 서 있던 거라 손은 봐야 탈 수 있다. 좀더 생각해보려 했는데, 중간에 연락하느라 애쓴 아저씨 얘기에 맘이 약해졌다. 주인 양반과는 통화가 어렵고, 안주인도 일을 나가는지 밤이 되어서야 겨우 통화가 됐단다. 50인가 60 주고 산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장네 주라고 - 전 이장님이 다리를 놔주었다 -  특별히 부탁해 두었다는 얘기. 아무튼 그 스쿠터는, 곧 가져올 자전거와 함께 우리의 발이 되어줄 예정이다.


저녁에는 M 아저씨 댁에 잠깐 들렀는데, 할머니랑 아저씨랑 O 아저씨랑 들깨 하나 심는 데도 의견이 다 달랐다. ㅎ 초복 열흘 전쯤 심어야 웃자라지 않아 거둘 때도 좋다니 그리 해 봐야겠다. 약을 치느냐 마느냐는 토박이들끼리도 말을 섞기 싫은 주제 같았다. 평생 고생하다가 약이 보여준 신천지를 경험한 팔순 할머니의 신념을 무슨 수로... 아무튼 할머니는 < 오자룡이 간다 >를 보시며 다음의 명언을 남기셨다. 


돈이 참 드럽고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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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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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음도는 지리상 세 마을로 구분할 수 있다. 선착장 가까이 당아래, 섬 가운데 샛말, 안쪽에 숨은 안말. 짝꿍과 난 안말에서도 거의 끝집에 산다. 그래서 내 이름은 안말 색시, 혹은 새댁이다. 이름이 따로 없는 필부의 삶이 시작되는가 싶어 기분이 묘하다. 아주머니, 할머니들 이름을 여쭤봐야지 싶다.


오전엔 교회에 갔다. 어른이 되고선 처음인데, 자의 반 이하 타의 반 이상이라 고민이 많다. 타의가 반 이상이라지만 결국 한발 들인 것은 내 결정이고,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이 이웃 할머니들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점만큼은 내 마음에도 위안이 된다. 


오후엔 샛말에서 열린 윷놀이 대회에 들렀다. 어제 열린 섬 전체 윷놀이 대회의 축소판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어르신들이 열정적이어서 참 즐거웠다. 막걸리 반 잔에 소주 세 잔쯤 마셨다. 새빨간 전구 같은 얼굴을 하고 돌아다녔다. 적당히 취기 오른 아주머니 한 분이 연신 술을 권하며 이런저런 덕담을 하셨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괜찮아"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눈 오는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는 거야, 다 살아져.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말하고 있었다. 다 괜찮아.


이사온 지 3일짼데 밥을 한 끼도 안 해먹었다. 살면서 다 갚을 일이다. 

이사온 지 3일짼데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웃풍이 심한데다 바닥이 냉골인데도, 물 나오고 전기가 나오니 그럭저럭 살아진다. 


마침 대보름이 낀 주말에 이사를 와 여기저기 끌려다니느라, 정작 가까운 안말 주민들께 인사 드리지 못 한 게 맘에 걸린다. 섭섭해 하시더란 얘길 전해들었다. 내일은 전입신고 하고, 마을회관 가서 점심 얻어먹으며 인사드려야겠다. 빈손이라 좀 그렇다. 얼른 떡해서 대접해야지. 


오늘은 귀여운 요한이와 인사했고, 교회 개 이름이 초코란 걸 알았다. P 이장님댁 개 이름은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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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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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을회관 마당서 윷놀이를 했다. 동네주민들은 남자 토너먼트, 여자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그 많은 주민들이 1:1로 경기를 하다 보니, 아침 9시부터 점심 먹고 오후 3시까지 하게 되는 거다. 물론 경품 추첨 시간도 꽤 길다. 상품은 전기밥솥, 청소기, 믹서였고, 경품은 갈퀴, 삽, 랜턴, 세제, 화장지 등이었다. 나는 첫판에 졌는데, 결승전을 보니 1등 아주머니는 정말 잘 하시더라. 심지어 두 모로 깔끔하게 끝내기까지.

 

점심시간은 전쟁터다. 국과 밥과 반찬과 귤, 떡, 감주를 정신없이 퍼나르고, 다 먹고 난 그릇을 걷어들이고 설겆이를 하고, 설겆이 한 그릇의 물기를 닦아서 분류해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곁다리로 끼어서 열심히 일했다. 열댓 명이 함께 했는데, 정말 일사분란하고 빠르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했다. 멍석과 책상 등 비품 정리는 남자들 몫인데, 이 역시 일사분란하고 빠르고 누가 먼저랄 것 없었다.


  1. 점심을 1시에 먹었는데 오곡밥 먹으러 오라셔서 4시에 저녁을 먹었다. 보름날 밥에 물말아 먹으면 비가 많이 오고(할머니들은 물말아 드시며 나는 농사 안 지니까 괜찮아 하셨다),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단다. 나무를 아홉 지게 해와야 하고 밥을 아홉 번 먹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김치는 먹으면 안 된단다. 근데 왜지?

오늘의 문장

1) 가위는 싸, 삽이 비싸지.

2) 쫓기면서 살지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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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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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배에 누워서 찍었다. 저 네모난 창밖으로 갈매기가 한 마리도 지나가고 두 마리도 지나갔다. 강화도에서 볼음도까지는 80분 정도 걸리는데, 버스에서처럼 늘 자다보니 그리 지루하거나 멀다는 생각이 안 든다. 앞으로는 서울에 가려면, 집에서 6시에 나와 1시간을 걸어서 선착장에 나가 7시 배를 타고 8시 반에 외포리에 도착한 다음, 강화터미널에 가서 신촌, 합정으로 가야한다. 흠, 그러니까 집에서 시작하면 4시간쯤? 가지 말아야겠다. ㅋㅋ

첫날은 첫날답게, 걸레질을 많이 했다. 한동안 사람 온기가 없었던 빈집의 보일러는 다시 작동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 방바닥은 냉골이고 공기도 차다. 내일은 손 시리지 않았으면! 전기장판은 무척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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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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