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 망고

다정한 일기/리 2013. 8. 12. 21:42

 

 

망고는 아기 고양이다. 그러니까... 아기다.

많이 자고, 자다 일어나면 삐용삐용 울며 먹을 것을 찾는다.

먹을 때 내는 소리도 있는데, 거기엔 맞춤한 의성어가 없다.

'세상에 이렇게 맛날 수가' 정도의 소리를 내며 최선을 다해 밥을 먹는다.

 

망고는 내 발을 보며 움직인다.

발이 부엌을 향하면 부엌으로, 거실을 향하면 거실로..

어설피 만든 장난감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내가 움직일 때마다 생겨나는 그림자의 펄럭임이나 바지에 새겨진 로고의 움직임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곤,

잔다.

 

넙적다리 안쪽에 몸을 길게 늘여 펴고,

잔다.

책상다리가 만든 작은 공간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잔다.

허벅지 바깥 그늘에 등을 기대고,

잔다.

 

지금도 잔다.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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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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