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관에서 개국 잔치가 있었다. 희생견은, 며칠 전 탈주극을 벌였던 회관 개 두 마리. 생의 막바지에 방아다리까지 내달리는 짧은 자유를 누렸구나. 떠난 개들의 명복을.

면출장소, 농협 직원들까지 잘 대접해 보낸 뒤, 할매들을 위한 옛날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노트북을 20인치쯤 되는 모니터에 연결하고, 77년작 '엄마 없는 하늘 아래'를 틀었다. 박근형 할배의 꽃미남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 할매들은 앉았다 누웠다 까무룩 잠들었다 수다 떨다를 반복하며 영화를 봤다. 마침 갯벌에서 가무락 잡는 장면이 나오자 한 마디씩 거들기도 하고, 큰아들로 나오는 어린 배우가 애기 업고 갯일 염전일 연기하느라 얼마나 힘들고 또 그 어머이는 얼마나 짠했겠느냐 안타까워도 하고, 돈 버는 거이 됐다 짠할 거 없다 퉁박도 주고.



할매들은 3시가 되자 12시의 신데렐라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산 대신 우산을 받치거나 모자를 쓰고, 떡이며 레토르트 삼계탕이 담긴 봉다리를 달랑달랑 들고서. 영화는 15분쯤 남았지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ㅋ 다음 번엔 비 오는 날 한 편 보여달라시는데, 요새 걸로 하나 골라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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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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