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호의로 고구마밭 700평을 빌렸다.
씨고구마도 이웃들이 1차로 심고 난 것을 얻어다 심기로 했다.

말만 들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일을 해 보면, 그 말이 그 뜻이었나... 하는 순간이 온다.

우리가 빌린 밭에는 고구마를 캐기 전에 미처 걷지 못한 비닐이 깊숙이 파묻혀 있다.
이랑은 엄청나게 길고, 비닐을 누르고 있는 흙의 무게는 엄청나게 무겁다.
두 시간 작업에 겨우 이랑 두 개의 비닐을 걷었다.
그마저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개 논농사, 밭농사, 바다그물까지 세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4월부터 10월까지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밭에만 붙어 앉아 김맬 시간 따위는 없다.

그래서 비닐을 쓴다.

일을 해 보면, 어느 누구도 쉽게 비난할 수 없다.
더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된다.
남는 것은,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다.

700평 밭에 둘이서 고구마를 묻는 노동의 강도는 어느 정도가 될까?

해 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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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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