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은 풀쟁기로 김을 맬 거라서, 오늘은 팥밭을 맸다.

제법 큰 풀은 손으로 뽑고, 작은 것들은 호미로 긁어내고, 거세미(담배나방 애벌레)를 잡았다.

 

요즘 나를 사로잡는 생각은 이거다.

풀이랑 벌레랑 다정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러려면 아직은 먼 듯하다.

내 마음이 반듯하지 못한 탓이다.

그리 해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김매러 나가면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만다.

빠끔 머리 내민 어린 풀 하나까지도 쏙 뽑아놓고선 텅 빈 고랑을 보며 뿌듯해 하고 있으니...

그러지 말고... 고추밭 정도로만 해야지 싶다. 너무 무성해서 방해될 것 같을 때 낫으로 베어 고랑에 뉘여주는 식으로.

 

벌레를 생각하면 좀더 마음이 복잡하다.

풀은 그저 많이 자라고 빠르게 자라서 방해가 되는 정도지 작물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벌레는,

벌레는 말하자면, 먹을 것 가지고 나와 다투는 대상이다.

 

찰토마토,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 해서 모종을 10개 가량 심었는데,

지금껏 따먹은 토마토는 찰토마토 반 개, 방울토마토 5개, 대추토마토 3개 정도다.

써 놓고 보니 더 열받네. --;

 

그나마 나 먹으려고 심어둔 것들은, 봐준다는 심정으로 내가 조금 먹으면 된다고 치기라도 하지,

내다 팔아야 할 것들이 그렇게 되면 어떡하느냐 이 말이다.

(사실 벌레도 그렇지만 고라니, 멧돼지는 더 큰 문제다. 하지만 여기서 이 얘기는 하지 않기로.)

 

그래서 벌레에 대한 마음은 아직 안개 속을 헤매는 중이다.

다만 고것들에 대해 뭘 좀 알아야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날 것 같아서 책을 읽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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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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