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히 일어나서 지후랑 메주콩 골랐다. 정확히는 돌과 메주콩을 분리하는 일을 했다. 상 위에 접시를 올려 놓고 접시가 기울어지게 한 쪽 끝에 책을 받친 다음 조금씩 조금씩 골라냈다. 콩을 고르는 사이에 완이형, 김성진 소장, 우체부가 다녀갔다.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일을 마쳤다.

 김성진 소장이 해준 함민복 시인 얘기는 참 재미있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전업 시인이란 거지다. 백미러 값 삼만원 물어내는 것이 억울하고 아까워서 친구에게 전화해서 울었다는 얘기는 김수영 시인이 술 취해서 종로 바닥에서 애인 이름을 부르며 - 부인도 있는 양반이 - 울부짖었다는 얘기에 필적한다.

 올해 우리 동네 메주콩은 대체로 알이 작다고 한다. 우리것도 그렇다. 콩이 수정할 시기에 계속 비가 많이 온 탓인듯 하다. 내년엔 대원 말고 다른 종자를 심을까? 올해 얻은 보급종 종자 5kg이 그래도 남았으니 그건 무리겠지. 

 판매할 메주콩은 총 22.5킬로다. 동네 누나한테 넘기기로 했다. 약간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14만원은 받고 싶다.

 이제 서리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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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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