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죽바위에 나가서 조개 캤다.

둘이서만 나갈 수도 있으니, 이제 제법 섬에 적응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혼자서 그레도 끌고 조개를 캐서 담고 다 하지만

- 게다가 다섯 시간씩. 어떻게 그리들 하시는지 모르겠다. 대단하다.

우리는 2인 1조로 움직인다.

 

어제는 2시간 반에 5~6kg, 오늘은 3시간 반에 7kg 정도 잡은 것 같다.

어제 잡은 건 초지 주인집에 선물로 드렸고, (배에 실어 보내면 외포리에서 픽업해 가는 식으로)

오늘 잡은 조개의 1/3은 솔재 오 아저씨께 드렸다.

볼음도가 고향이지만 외지에서 살다가 귀촌한 분인데,

모처럼 죽바위에 나오셨다가 힘들어서 상합 몇 개 주워서 그냥 들어가시는 걸 본 터라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상합 가격은 1관(4kg)에 3만원. 직거래 했을 때 그렇고, OO 수산에 보내면 2만 5천원 정도 받는다.

OO 수산이 독점이라 가격은 그 쪽에서 임의로 정하는 모양이다.

몇 해 전에 주민들 자체로 상합을 수매해서 유통해 보려 했는데,

OO 수산이 조개값을 얼마 더 쳐줘서 결국은 잘 안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씁쓸한 일이다.

 

게다가 주머니 가벼운 소비자로 살 때는, 식재료들이 죄다 비싸 보였는데,
얼치기라 해도 생산자 쪽으로 기울어 보니, 왜 이리 제값 받는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상합 1관 캐려면, 그레질을 최소한 수백 미터는 해야한다.

 

9~10월에는 상합 잡아서 생활비를 벌어볼 생각이다.

특용작물 하우스 재배 같은 걸 하지 않고 소농으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맙게도 이 섬에는 별다른 일자리가 없는 대신 모두의 일터인 갯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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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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