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일기/리

032 - 호미와 괭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5. 20:57

호미는 작다. 앉아서 작업한다. 땅을 꼼꼼하게 일구는데 쓴다. 작업 속도가 느리다.

괭이는 크다. 서서 작업한다. 굳은 땅을 갈 때 쓴다. 작업 속도가 빠르다.

 

오늘 감자 이랑 작업하는데, 짝꿍이 괭이로 땅을 갈고 나면 나는 호미로 잡초랑 돌멩이를 캤다.

내가 지렁이를 다섯 번쯤 봤을 때 짝꿍이 말했다.

 

- 여긴 지렁이가 없는 것 같애!

= ??????

 

문득 든 생각.

호미질은 걷는 것과 비슷하고,

괭이질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각자의 쓰임이 다르니, 무엇이 낫다거나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 난 지렁이 열댓 마리에 종류를 알 수 없는 뒤집어진 곤충 몇 마리를 봤다.

지렁이가 나 때문에 볕에 나와 몸부림치고 있으면 바로바로 흙을 덮어줬다.

괭이질을 했다면 몰랐을 일이고, 안 했을 일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나는 호미질을 주로 하겠지만 괭이질에도 익숙해지고 싶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