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일기/리
006 - 굴 캐기의 어려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2. 28. 00:48
동네 아주머니들과 산길을 걸어 굴 캐러 다녀왔다. 사방천지 굴이었다. '죄'라는 도구로 껍질을 열고 알맹이를 긁어내면 되는데, 꽤 기술을 요하는 일이라 나는 떨어진 굴을 껍질째 주웠다.
배가 못 뜰 정도로 안개가 짙은 날이었는데, 해가 비칠 땐 덥더니 이내 바람이 불고 추워졌다. 옹송그리고 굴을 줍고 있노라니 B 아주머니가 춥냐며 그만 들어가자고 하셨다. 열 시쯤 출발했는데 내가 아니었다면 다섯 시까지 일하셨을 거다. 한번 나오면 점심도 건너뛰고 굴만 캔다셨다. 추위에도 익숙해지고 쪼그리는데도 익숙해져야 하는 일.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힘들어도 참고 해 온 일이다.
굴 캐는 곳까진 15-20분 정도 걸리는데, 도깨비가 나온다 하여 베테랑 할머니도 혼자서는 못 가신단다. 도깨비라니, 참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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